여야, 「통일논의」수렴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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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10 남북 학생회담이 정부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된 후 여야 각 정당은 그 후유증을 수습하고 통일논의를 정부·국회 차원으로 수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각 정당간에 통일논의의 수렴방향과 그 방법·조건에 의견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수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일문제에 대한 각 당의 이견 때문에 13일로 잠정 예정됐던 4당 대표회담은 열리지 못하게 됐으며 민정·평민 총무간에 16일께 회담을 여는 문제를 협의했으나 민정당이 김대중 총재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평민당과 김 총재의 통일정책을 문제삼아 앞으로 당분간 통일문제에 대한 각 당간의 협의도 별 진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정당 측은 국회 등 정국운영은 당 대당 차원의 협상으로 대처해 간다는 방침에 따라 윤길중 대표위원이 야당 3김 총재와 협의하는 관례를 세운다는 의미에서 국회운영 및 통일 논의 수렴방안을 논의할 4당 대표회담을 추진했으며, 민주·공화당 측은 이에 응하기로 했으나 평민당 측이 생산적이 아닌 회담에는 응하지 않기로 해 13일의 회담은 일단 무산·연기됐다.
민정당은 11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10일 의총에서 한 통일논의 관련 발언에 관해 비난성명을 냈다.
성명은 『우리 나라에 나라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하고 어떤 통일도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다고 주장한 김 총재는 무엇을 근거로 그러한 발언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할 것』이라고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이를 밝히지 못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은 『과격한 통일논의가 나오는 것은 경제적 핍박계층들이 이럴 바엔 망하는 꼴 보고싶다, 어떤 통일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보도를 보고 우리 당은 국민을 모독한 그의 발언의 진의를 물으면서 국민과 함께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민정당 측은 통일논의는 국회에 통일문제특위를 구성, 여기에서 학생들의 주장 등을 청취·수용하며 통일정책의 추진은 정부측으로 창구를 단일화 해야한다는 입장이며, 특히 평민당 측이 주장하는 정부·정당·재야·학생의 4자가 협의하거나 별도로 기구를 구성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있다.
민정당 측은 다만 6·10 회담을 추진한 학생들의 대폭 석방을 건의키로 했다.
박준병 사무총장은 11일 『6·10 회담관련의 구속 자는 현재 1명도 없으며 연행자중 폭력에 관련이 없는 학생은 대폭 풀어주면 좋겠다는 당의 입장을 정부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수배자의 경우 어떤 상황으로 관여했느냐고 알아볼 필요가 있으며 다만 그들을 처리할 때는 극히 폭력적이거나 범법행위가 두드러지지 않는 한 선처해 달라고 요망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측도 대부분 석방할 방침이나 일부 주동자나 폭력 등 행위자는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그러나 평민당 측은 4당 대표가 만나 통일정책을 논의키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결과가 가능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김대중 총재는 이와 관련, 정부가 6·10 대회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연행·구속 자를 전원 석방해야 할 것이며, 정부측이 남북학생 교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밝힌 후에야 이 문제에 대한 4당 대표간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민당 측 관계자는 각 정당의 대표회담이 청와대 회담처럼 선언적인 것으로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통일논의의 국회수렴은 정당이 중심이 돼야하나 통일논의가 국민적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정당·재야·학생들이 참여하는 범 국민기구와 같은 것이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공화당은 통일정책 추진의 창구를 정부측으로 일원화해야 하며 별도의 기구구성은 필요치 않으나 통일논의 수용을 위해서는 학생들과의 토론회 등 보다 개방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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