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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제2, 제3의 신의현이 나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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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효경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효경 스포츠부 기자

김효경 스포츠부 기자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18일 끝났다. 36명의 대한민국 선수들이 안겨준 감동은 평창올림픽 못지않았다. 신의현 선수는 12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 투혼을 발휘했다. 동메달을 따낸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애국가는 가슴 뭉클했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순위(종합 16위)를 기록했다. 국민적 관심도 뜨거웠다. 강릉하키센터에는 평균 5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폐회식장의 3만5000석 관중석도 가득 찼다. 경기의 TV 중계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이 줄을 이었다.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 장애인체육은 과연 바른 길로 가고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메달리스트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엘리트 선수다. 신의현은 실업팀인 창성건설 소속 선수고,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 17명 중 13명이 강원도청에서 선수로 뛴다. ‘운동에 집중’한 덕분에 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애인체육이 지속해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생활체육에 강조점을 찍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의 체육 활동 참여율은 20% 선에 그친다. 60%인 비장애인의 절반도 안 된다. 생활체육의 저변이 얇다 보니, 국가대표의 ‘세대교체’도 더디다. 이번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의 38.9%(14명)가 40~60대였다. 장애인이 스포츠를 하는 건 복지 측면에서도 큰 이득이다. 유네스코는 2007년 “전 세계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10% 높이면 1조2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장애인의 스포츠 활동 참여가 저조한 건 시설이 부족해서다. 미국·캐나다·일본 등은 공공체육시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활원이나 특수학교가 아니면 시설을 접하기 힘들다. 시설도 부족하거니와, 장애인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더 팽배하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장애인 전용시설’을 늘린 뒤 비장애인에게도 시설의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장애인 국가대표 훈련장인 이천훈련원은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 ‘오벤져스’가 땀 흘렸던 컬링장에서 평창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팀 킴’이 훈련했다. 2015년 개관한 광주 장애인국민체육센터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쓰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구 단위에도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육시설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킨다면 제2, 제3의 신의현은 나올 수 있다.

김효경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