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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유광점퍼? 프로라면 당연히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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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 시즌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2011~15년) 정규시즌 5회,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오종택 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2011~15년) 정규시즌 5회,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오종택 기자]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LG 감독 한 번 해보고 싶어합니다.”

LG 감독 맡은 ‘우승제조기’ 류중일 #31년 만에 대구 떠나 서울서 새 도전 #김현수 활용 놓고 다양한 실험 중 #“착한 건 좋지만 야구 잘하고 착해야”

프로야구 LG 트윈스 류중일(55) 감독에게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LG는 1994년 이후 정규시즌도, 한국시리즈도 우승해 본 적이 없다. 2000년부터 18년간 감독 8명이 거쳐 갔는데, 재계약한 감독이 한 명도 없다. 팬이 많고, 이들은 구단 운영에도 관심이 많다. LG 감독, 쉽지 않은 도전이다.

류중일 감독에겐 ‘승리 DNA’가 있다. 삼성 사령탑 데뷔 첫해인 2011~14년 4년간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한 번도 힘든 우승을, 네 번이나, 그것도 연속으로 했다. 정규시즌 우승은 2015년까지 5년 연속이다. 류 감독은 2016시즌 직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10월 LG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선수-코치-감독-기술고문으로 31년간 몸담았던 삼성을 떠나 새로운 함대를 끌고 항해를 시작했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이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올 시즌부터 새롭게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이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류중일 감독을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LG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마음 같아선 성적·육성·흥행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 토박이인 류중일 감독은 대학 시절을 빼면 현재의 서울 생활이 첫 타향살이다. 류 감독은 삼성 기술고문이었던 지난 1년을 “30년 만에 맞은 방학”으로 표현했다. 그는 “앞만 보며 달렸는데, 옆도 조금씩 보이더라”고 했다.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2017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2017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LG는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다. 두 차례(2014, 16년)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양상문 감독과 재계약 대신, LG는 ‘우승 청부사’ 류중일을 택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 체제가 출범했다. 시작은 매끄럽지 못했다. LG는 지난 시즌 후 손주인(삼성)·이병규(롯데)·정성훈(KIA) 등 베테랑을 줄줄이 내보냈다. 눈독 들였던 자유계약선수(FA) 손아섭(롯데), 황재균(kt)도 놓쳤다. “팀에 공헌했던 선수를 내보내고, 전력 보강 의지는 약하다”며 팬들이 반발했다. 시위에 나선 팬도 있었다. 류 감독은 “팀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고, 더 강해지고 성적이 오르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시위가) 야구 발전에 도움되는 부분도 있다. 물론 안 하는 게 더 좋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4.30)인데도 가을야구를 못했다. 팀 타율(0.281)은 7위였고, 홈런(110개)은 꼴찌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타격 기계’ 김현수(30)를 잡았다. 쿠바 출신 강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33)를 데려와 붙박이 4번 타자로 세웠다. 류 감독은 “김현수를 어디 놓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시범경기에서는 2번과 5번으로 써보고 있다. 전반적인 공격력은 지난해보다 낫다는 평가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이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올 시즌부터 새롭게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이 잠실야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34)가 가고, 타일러 윌슨(29)이 온 걸 빼면 투수진 변화는 크지 않다. 류중일 감독은 만족을 모른다. 그는 “감독 입장에선 단점이 먼저 보인다. 팀에 발 빠른 선수가 안 보여 걱정스럽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신경 쓴 건 수비 훈련이다. 류 감독은 “수비가 강해야 마운드가 강해진다”며 “내가 왔다고 선수들의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 없다. 하지만 수비는 훈련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개월간 LG를 이끈 소감을 물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이 생각보다 착하다. 그래서 야구를 잘 못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선후배 사이가 돈독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최고인 거 같다”며 “착하다는 건 좋기도, 나쁘기도 한 거다. 야구를 잘하면서 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LG는 10년간 암흑기를 거쳤다. 그래서인지 ‘가을야구를 하겠다, 유광점퍼를 입겠다’고만 말한다. ‘왜 가을야구에만 만족할까’ 의문이 들었다”며 “프로라면 1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가 2020년까지인 류 감독 목표는 우승이다. 그는 “4강에 항상 드는 팀을 만들겠다. 전력이 탄탄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문제는 시간이다. 때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의 시범경기. 4-1로 승리를 거둔 LG 류중일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의 시범경기. 4-1로 승리를 거둔 LG 류중일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LG는 시범경기에서 3승 2패다. 류중일 감독은 “6인 선발 로테이션도 고민 중인데, 류제국, 차우찬의 부상 회복 속도를 봐야 한다. 김현수(좌익수)·박용택(지명타자)·가르시아(3루수)·안익훈(중견수)은 확실히 정했다. 유강남(포수)·양석환(1루수)도 유력하다. 우익수는 이형종의 부상으로 채은성에게 초반 기회가 돌아갈 거 같다”고 했다. 2루와 유격수가 고민이다. 병역 문제로 전지훈련에 빠진 유격수 오지환이 걸린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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