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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스파이 부녀 BMW 차량 환기구로 독극물 중독된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경작용제에 중독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가 쇼핑몰을 방문할 때 타고 온 BMW 승용차 [EPA=연합뉴스]

신경작용제에 중독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가 쇼핑몰을 방문할 때 타고 온 BMW 승용차 [EPA=연합뉴스]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부녀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자동차 환기구를 통해 독극물에 중독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먼지처럼 미세한 가루 형태" 미 정보부 관리 밝혀 # "딸 율리아 남자친구는 러시아 비밀요원" 보도도 # 러시아 "미,영, 스웨덴, 체코, 슬로바키아가 노비촉 실험" #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는 영국 솔즈베리 한 쇼핑몰 인근 벤치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는데, ‘노비촉'이라는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보부 고위관리는 18일(현지시간) “이번에 사용된 신경작용제는 먼지처럼 미세한 가루 형태로 제조돼 스크리팔이 몰던 BMW 차량 환기 시스템을 통해 그의 호흡기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ABC 방송에 말했다. 영국 경찰은 스크리팔이 해당 쇼핑몰을 찾은 날 와인색 BMW 320D 차량을 타고 왔기 때문에 해당 차량을 수거해 조사중이다.

 미국 관리는 “솔즈베리에서 38명이 신경작용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정보부 관리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스크리팔이나 다른 러시아 스파이들을 겁주려고 했던 게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암살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선은 율리아의 남자 친구가 러시아 비밀 보안요원이었으며, 율리아가 모스크바의 미국 대사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독극물 공격이 벌어진 솔즈베리 쇼핑몰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독극물 공격이 벌어진 솔즈베리 쇼핑몰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과 러시아 간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18일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24년 집권 길을 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사건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난센스"라며 “우리는 국제기구의 감독하에 가지고 있던 화학무기를 모두 폐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스크리팔 독살은 푸틴이 개인적인 암살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건 배후로 푸틴을 지목했다.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 요청을 받은 서방 국가들은 반러시아 대열에 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영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정황을 볼 때 러시아가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노비촉은 극소수만 보유한 물질로서 분명 러시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U는 22일 28개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EU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990년대 노비촉을 집중적으로 실험한 미국ㆍ영국ㆍ스웨덴ㆍ체코ㆍ슬로바키아 중 한 나라에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틴 스토로프니츠키 체코 외무장관은 “증명되지 않은 추측성 메시지를 던져 정보를 조작하는 러시아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영국 총영사관 [EPA=연합뉴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영국 총영사관 [EPA=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자 러시아도 영국 외교관 23명 맞추방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총영사관에 폐쇄 명령을 내리고 모스크바 주재 영국문화원 활동도 중지시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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