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지구촌 투기」말썽|호주이어 하와이서도 규제법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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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마구잡이 해외부동산투기가 드디어 국제적인 마찰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작년에 외국인에 의한 투기목적의 주택용부동산 취득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데 이어 미하와이주의회도 금년들어 외국인의 부동산투자를 제한하는 법안을 심의증이다.
이들 조치는 해외부동산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본인들의 투기행위를 표적으로 한것.
일본 대장성통계에 따르면 87년 한햇동안 일본의 대외직접투자는 무려 3백33억6천4백만달러, 이중 금융·보험업이 1백6억7천3백만달러이고 제조업이 78억3천2백만달러, 그뒤를 이어 부동산이 54억2천8백만달러에 달했다.
제조업 투자는 중공·한국·대만·아세안국가등 주로 개발도상국에 집중된 반면 부동산투기는 미국·오스트레일리아등 선진국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데 마찰의 원인이 있다.
이때문에 선진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일본인 투기꾼을 추방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있다.
대표적인 예가 하와이 호놀를루의「판」시장은 지난3월하순 외국인의 부동산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주의회에 제출했으나 일본인들의 강한 입김으로 이 법안은 심의조차 없이 폐기되고 말았다.
이에 격분한「판」시장은 5월10일 기자회견에서『우수한 고급 노동력은 좋지만 투기꾼은 하와이에서 떠나달라』고 호소했다.
하와이의 주택가격은 지난1년동안 무려 60%가 오른 곳도 있다. 미국 부동산협회 조사에 따르면 호놀룰루의 평균주택가격은 19만8천4백달러로 미국전체에서 단연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정자산세와 임대료가 덩달아 올라 주민들이 퇴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바로 일본인의 투기때문. 한 일본인은 해안에 접한 주택을 3백70만달러에 샀다가 불과 2개월후 다른 일본인에게 5백90만달러에 전매하는 사례를 낳고있다.
현지 신문들은『일본인이 엔이라는 폭탄으로 우리 섬을 탈취하려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미국 본토도 마찬가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엑슨·ABC·Arco등 굴지의 회사들이 본사건물을 일본인에게 팔았다. 심지어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25개빌딩중 절반이상이 일본인 소유로 넘어갔다.
볼만한 것은 일본인끼리의 전매현상도 두드러져 미쓰이부동산은 7천9백만달러에 산 AT&T빌딩의 소유권절반을 다이이치 (제일)생명에 7천5백만달러에 되팔아 막대한 전매차익을 남기기도 했다는 것.
미국에 이어 일본인이 제2의 투자대상으로 삼고있는 오스트레일리아도 작년9월 외국인의 주택용 부동산 취득을 금지시켰다.
도심지의 지가폭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특히 일본인투자가 집중됐던 퀸즐랜드주골드코스트에서는 지난5월24일 1천3백여명이 참석한 일본인 토지소유에 반대하는 집회까지 벌어졌다.
일본인의 해외부동산 투기가 마찰을 빚자 일본내에서도 자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는 해외부동산투자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대장성이 금융기관을 감독,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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