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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까지 간 ‘MB 영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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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호 07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베란다 문 앞에서 평상복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밖을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국민일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베란다 문 앞에서 평상복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밖을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국민일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16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엔 지난 8개월간 실무선에서 수사를 지휘해 온 한동훈 3차장검사 등 수사팀도 함께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지검장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수사 결과 보고 등을 바탕으로 다음 주 초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영장 불가피” 총장에 보고 #뇌물 110억, 배임·횡령 350억 혐의 #검, 다음주 영장 청구 신속 기소할 듯 #이팔성 돈 중 20억 출처는 성동조선

혐의는?  뇌물수수, 배임·횡령 등 18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총 18개다. 크게 뇌물수수와 배임·횡령으로 나눌 수 있다. 뇌물수수는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국가정보원에서 받은 특별활동비(특활비) 17억5000만원과 기업인 등에게서 받은 돈을 합해 총 110억원대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 1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불법 수수를 실행한 방조범(종범), 이 전 대통령은 주범으로 각각 지목했다.

기업인 중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대선 직전부터 이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돈 22억5000만원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이 전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SD(이상득 전 의원) 8억원, 이상주 14억5000만원’이라고 적힌 메모를 확보했고, 자금 추적 과정에서 이 돈 가운데 20억원의 출처가 경영위기 상태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성동조선해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내 것이 아니다”고 줄곧 부인해 온 자동차 시트업체 다스와 관련해선 뇌물수수와 배임·횡령 혐의가 동시에 걸려 있다. 우선 소송비 대납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 요청에 따라 변호사 비용(500만 달러·약 60억원)을 대납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받았다. 검찰은 2007년 11월부터 대통령 재임 중인 2009년 3월까지 대납한 것으로 조사된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이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소유란 증거이자 그에게 제공된 뇌물이라고 간주했다.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돈은 350억원이다. 검찰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경영진들을 조사한 결과, 회사 차원에서 조성한 비자금 350억원이 약 10년간 이 전 대통령 측에 현찰로 건너갔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 돈이 전달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이다. 다스 경영진이 매년 회사의 경영상 이익금 중 30억~40억원을 비용 처리한 뒤 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한 자금세탁을 거쳐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비자금 350억원은 이 전 대통령의 각종 차명 부동산 등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와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61·구속기소)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영포빌딩 사무실에서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혐의 인정은? 특활비 10만 달러가 유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 인정한 것은 국정원 특활비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가 유일하다.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희중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영부인이었던 김윤옥씨에게 이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으며, 이 전 대통령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북 공작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팔성 전 회장이 건넨 돈과 관련해선 “(메모에 적혀 있는) 이상주 전무는 김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적이 없고, 이 전 대통령도 금품 수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특활비 10만 달러와 관련해 사용처와 상관없이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받은 혐의는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와 불법 자금 수수 혐의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직접 집행하면 되는 공작금을 대통령 측이 받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는 불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형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다스 비자금 350억원과 관련해 배임·횡령과 조세포탈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전 대통령이 우회 경로를 통해 다스의 이익을 가져간 것 자체가 배임·횡령이면서 동시에 이 같은 소득을 숨겨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배임·횡령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 총장의 선택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는 방안과 불구속 수사하는 방안의 장단점을 모두 문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이 전직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판단 자료를 제시한 것이다.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이나 오는 6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한다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속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향은 사전 구속영장 청구다. 지금까지 포착된 정황 증거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죄질이 위중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110억원대 뇌물 혐의 액수와 350억원대 배임·횡령은 중대한 범죄 혐의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다음주 초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 여부도 신속하게 결정할 예정이다. 이제 선택은 문 총장에게 달렸다.

윤호진·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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