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423만원으로 프린스턴대 가는 방법이 있네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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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호 27면

가난한 아빠의 자녀 유학 보내기

미국 남가주대(USC)의 연간 학비(기숙사비·등록금 등)가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졸업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남가주대(USC)의 연간 학비(기숙사비·등록금 등)가 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졸업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 지난해 한 외국인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도전했다. 첫 도전에서 실패한 후 A는 금년에 미국 최고 명문 대학 가운데 하나인 프린스턴대에 얼리 전형(조기전형)에 합격을 했다. 그는 프린스턴에서 4만 5410달러의 재정보조(Financial Aid: 생활장학금)을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의 금년도 등록금은 4만9330달러이고 학비·기숙사비·식비를 포함한 총 비용은 7만10달러다. A는 순수 등록금만 본다면 3920달러(42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부모는 일반 회사원으로 연봉은 8300여만원이다. A는 세계 최고 프린스턴 대학을 국내 국립대학 학비로 다닐 수 있게 됐다.

미국 명문 사립대엔 생활장학금 #하버드·예일 등 776개 곳 시행 #한국 대학 학비로 진학 가능 #주립대는 생활비 등 6000만원 훌쩍 #미국 학생 20%도 보조금 받아

#2. 쌍둥이 자매 P1, P2는 국내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해외유학을 간절히 원해 2년전 미국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P양 아버지는 연봉 1억4000여만원의 회사원이다. 그의 연봉은 국내 근로자 기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쌍둥이 딸을 모두 미국 대학에 진학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쌍둥이 아빠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두 딸을 미국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가 생각한 해결책은 미국 대학들이 국제학생들에게도 주는 재정보조(생활장학금)를 받는 것이었다. 2018학년도에 조기전형으로 미국 대학에 지원한 P1은 명문 여자대학인 브린모어 칼리지(Bryn Mawr College)에서 연간 4만9972달러의 재정보조를 받았다. 그는 이 대학 외에도 지원한 대학인 얼햄 칼리지(Earlham College)와 로런스 칼리지(Lawrence University)에서 각각 4만 150달러, 4만 3300 달러를 재정보조하겠다는 제안 받았다. 동생인 P2는 조기전형으로 디킨슨 칼리지(Dickinson College)에서 5만 1520달러를 받았다. 쌍둥이 아빠는 두 딸의 학비로 연간 2만달러 미만을 지출하면 된다. 흔쾌히 부담할 수 있는 액수다.

#3. 미국 고등학교로 조기 유학생 Y군 부모는 맞벌이로 연간 소득은 연간 6700여만원이다. Y군은 외동 아들로 다른 가정에 비해 교육비 부담이 적지만 연간 6000여만원이 넘는 미국 사립대학 학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Y군 부모도 미국 대학이 주는 재정보조를 받아야만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고, 미국 대학 재정보조를 신청했다. 그는 조기 전형으로 명문 프랭클린마셜 칼리지(Franklin & Marshall College)를 비롯해 5개 대학을 지원했고 모든 대학에서 많게는 5만 376달러, 적게는 3만 6700달러의 재정보조를 제안받았다.

이에 비해 경제적 이유로 자녀의 미국 유학을 중단시킨 학부모도 있다.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 미국 대학에 보냈다가 낭패를 당한 경우다 .미국 명문 주립대학인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UIUC)에 다니는 S군의 부모는 큰 결심을 했다. 미국 고교에서 조기유학을 하고 지난해 UIUC에 합격해 9월 학기를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지난 1월 2학기에 학업을 중단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연간 6천만원에 이르는 이 대학의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비가 저렴한 일본 대학이나 중국 대학, 혹은 학비가 없는 독일 대학에 국제전형(영어로 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이 내는 자료(The Power of International Education)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전 세계 유학생은 2017년도 현재 107만 8822명이다. 미국 내 해외 유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학비다. 미국 대학의 학비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 금년에 미국 사립대학 총 비용은 7만달러를 넘어섰다. 하버드 대학의 2017·18년도 학비는 4만4990달러, 기숙사비 등 청구되는 비용은 6만5609달러였다. 금년에는 좀더 인상될 것이다. 남가주대(USC)의 총 비용은 사상 최초로 7만 5000달러를 넘어섰다. 주립대 학비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UC 버클리 경우 국제학생 등록금은 4만1942달러다. 여기에 기숙사와 식비 등 청구되는 총 금액은 5만8897달러(한화 6375만원)정도다.

한국에 오가는 비행기 값과 용돈, 보험료 몇 백만원까지 포함하면 총 비용은 6000만원이 넘는다. 주립대학이라고 저렴하지 않다. 연 수입 1억원의 가정도 선뜻 부담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 사립대학들이 주는 재정보조(생활장학금: Financial Aid)를 받는 것이다. 전 세계 대학들 가운데 해외 학부 유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해서 주는 성적 우수 장학금(Merit Based Scholarship)이 아닌 경제적으로 학비를 모두 부담하기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생활 장학금(Need Based Grant)를 주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 내 4년제 대학은 2800여개다. 이 가운데 가난한 국제학생(유학생)들에게 생활장학금을 주는 대학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을 비롯해 모두 776개 사립 대학이다. 주립 대학은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제학생들에게 생활 장학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적 우수 장학금은 준다. 미국 대학들의 재정보조·생활장학금 제도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 최근 국내 대학 가운데 고려대와 성균관 대학이 이른바 성적 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미국 대학들처럼 생활장학금을 주는 방식으로 장학금 제도를 개편했다.

IIE가 미 국무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발표하는 자료(US Open Doors)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학비 조달 방법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부모가 부담하는 학생 비율이 63.6%였다. 금수저들이다. 그 다음 미국 대학이 주는 보조금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20.9%였다. 가정 부담을 제외하고 미국 대학들이 제공하는 재정보조를 받아 공부하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금 많은 한국 학생들이 바로 미국 대학들이 제공하는 이 재정보조·생활장학금을 받아서 공부를 하고 있고, 위에 열거한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돈이 없어도 해외 유학을 가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이제 필자와 함께 그 길을 찾아가보자.

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장
연세대를 나와 언론인으로 32년간 활동을 하고 2003년 교육전문 컨설팅 기관인 미래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7500여명을 상담했다. 미국대학 재정보조(FA) 제도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으며 매년 미국 대학으로부터 40여억원의 생활장학금을 받아 주고 있다. 네이버에 ‘미래교육연구소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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