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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승리' 멘텔-스피, 평창 패럴림픽 여자 스노보드 2관왕

중앙일보

입력

비비안 멘텔-스피. 정선=김지한 기자

비비안 멘텔-스피. 정선=김지한 기자

 암 투병중에도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 네덜란드 장애인 스노보더 비비안 멘텔-스피(46)가 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멘텔-스피는 16일 강원도 정선의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롬 LL2(하지 장애) 경기에서 56초94를 기록해 미국의 브리타니 커리(59초87)를 2초93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지난 12일 크로스 종목에서 대회 첫 금메달을 땄던 멘텔-스피는 스노보드 LL2에 걸린 금메달 2개를 모두 휩쓸면서 대회 2관왕에 성공했다.

뱅크드 슬라롬은 기문이 있는 코스를 내려오는 경기로 개인당 3차례 레이스를 펼쳐 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기록이 해당 선수의 최종 기록으로 남는다. 1차(1분02초25), 2차(1분00초42)에서 1분대 기록을 낸 멘텔-스피는 3차 시기에서 50초대 기록을 내면서 이 종목의 독보적인 선수임을 재확인했다.

멘텔-스피의 이번 2관왕은 특별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스노보드 월드컵에도 출전한 적이 있던 스노보드 전문 선수였다. 그러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꿈이 좌절됐다. 정강이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됐고, 수술로 이를 떼어냈다가 재발하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나마 피나는 노력 끝에 그는 12년 뒤인 2014년 소치 겨울패럴림픽 시범 종목으로 올라섰던 스노보드 크로스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12일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여자 LL2 부문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경쟁자였던 리사 분쇼텐과 안은 멘텔-스피. [EPA=연합뉴스]

12일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여자 LL2 부문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경쟁자였던 리사 분쇼텐과 안은 멘텔-스피. [EPA=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7월 암이 재발했단 소식을 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암세포가 퍼진 부위도 많았다. 목·식도·늑골까지 퍼졌다. 패럴림픽을 두 달 앞둔 지난 1월엔 목에 있는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도 받았다. 수술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것조차 모험이었지만 멘텔-스피는 이를 이겨냈다. 멘텔-스피는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평창 패럴림픽을 준비한 건 3주 정도 됐다.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심리적으로도 더 강해졌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평창 패럴림픽 출전은 나를 위한 재활 치료 과정 중 하나"라며 긍정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회 2관왕을 달성하면서 화려하게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앞서 열린 여자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롬 LL1에선 미국의 브레나 허커비가 56초17로 체실레 에르난데스(프랑스·56초53)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허커비도 크로스에 이어 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2014년 초 미국 인기 예능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준우승하는 등 미국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에이미 퍼디는 1분05초40으로 동메달을 땄다. 퍼디도 크로스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메달 2개를 땄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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