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정치Q] 박주선씨가 서울시장 출마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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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길엔 뇌관이 숨어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다.

'강금실 대 한나라당 후보'의 운명은 어쩌면 1~2%포인트로 갈릴지 모른다. 그런 박빙 승부에서 민주당 후보가 친DJ(김대중).전통 야당.호남 표를 빼앗아가면 열린우리당엔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2004년 4월 총선 때 민주당은 '탄핵 주도 세력'으로 역풍을 맞았지만 서울에서 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열린우리와 한나라는 42.87%와 41.31%였다. 지금은 탄핵 역풍도 사그라졌고 친DJ.호남 출신의 지지를 많이 회복해 민주당의 기운은 만만치 않다.

한화갑 대표는 28일 기자에게 "민주당에 이번 선거는 멀쩡한 모체(母體)를 찢어버리고 태어난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다. 우리는 약하지만 파괴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든 박주선 전 의원에게 "서울에서 나서달라"고 제안했다. 전략 공천을 시사한 것이다. 박 전 의원은 "당이 어렵다고 하는데 내 생각만 할 수도 없고…"라고 말한다.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은 추대 형식이면 나서겠다고 한다"고 했다.

박씨는 비리 혐의로 세 번 기소됐다가 세 번 다 무죄 판결을 받은 걸로 유명하다.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두 번 국회에 제출한 이가 강금실 법무장관이다. 사시로는 박씨가 강씨의 7년 선배다.

박 전 의원은 "현 정권은 강정구 교수 같은 사람에게는 불구속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죄 없는 나에겐 두 번이나 체포동의안을 냈다"고 비판했다.

당선에 이미 김영환 전 과기부 장관, 김경재 전 의원과 2년 전 강남에 출마했던 박정일씨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했다. 세 사람은 경선을 주장한다. 김 전 장관은 민통련에서 활동한 재야운동가 출신으로 대표적인 '민주당 사수(死守)' 논객이었다. 그는 "만약 후보가 되면 TV토론에서 열린우리당의 태생적 부당성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한다.

IT 전문가 박씨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우월성을 보이려면 민주당은 경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DJ는 이기택 총재의 민주당을 깨고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었다. 지금의 민주당이다.

국민회의는 1996년 4월 총선에서 호남.야당표 분열로 인해 서울에서 중진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시련을 겪었다. 열린우리당은 이 전철(前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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