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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조롱 논란’ 하일지 “나는 페미니스트…이건 인민재판”

중앙일보

입력

소설가 하일지. [중앙포토]

소설가 하일지. [중앙포토]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소설가 하일지(64)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강의 도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나는 페미니스트이며 일종의 인민재판 같다”고 반발했다.

15일 동덕여대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하 교수는 전날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자료로 활용하며 수업하던 중 “‘동백꽃’은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라며 “얘(남자 주인공)도 미투 해야겠네”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왜 김지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했다고 생각하냐’는 학생의 질문에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이에 성명을 내고 “하 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해 학생들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고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하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억은 잘 못 하겠는데 유사한 워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해당 발언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별것도 아닌 문제인데 커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소설가는 인간의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며 통념에 따라 누구는 나쁜 사람이고, 누구는 좋은 사람이라고 흑백 논리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려던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린 것은 사실이고, 가급적 피해갔으면 좋았을 텐데 실수를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는 인간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려던 것이지 김씨에 대한 2차 피해나 미투 운동을 조롱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 하 교수의 주장이다.

하 교수는 “내가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나는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도는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식으로 요약해 공개하고 망신을 주었더라. 이건 인민재판이랑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과거 뉴욕타임스에 여성 문제에 대한 글을 썼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며 “당시 사람들이 나보고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부분을 갖고 이렇게 망신 주는 문화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강의가 그렇게 밖에서 비난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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