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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떠난다…대기업 고용 국내 8%, 해외선 70%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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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이끄는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은 향후 주요 인수합병(M&A) 분야 중 하나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제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아마존ㆍ애플ㆍ구글 등이 너나 할 것 없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9을 공개하며 휴대전화로 혈압ㆍ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마이 BP 랩’ 앱을 함께 출시했고 앞서 갤럭시 S8 출시 때도 영상으로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탑재했다. 그러나 두 서비스 모두 한국에선 사용할 수 없다. 의료법 등 각종 규제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 S9 언팩 행사 삼성 갤럭시 S9 언팩 행사   (바르셀로나=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9;삼성 갤럭시 언팩&#39; 행사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39;갤럭시 S9&#39;·&#39;갤럭시 S9+&#39;는 말이나 글보다는 사진, 동영상, 이모지 등으로 소통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 시대에 최적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8.2.26   uwg806@yna.co.kr/2018-02-26 06:36:3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삼성 갤럭시 S9 언팩 행사 삼성 갤럭시 S9 언팩 행사 (바르셀로나=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9;삼성 갤럭시 언팩&#39; 행사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39;갤럭시 S9&#39;·&#39;갤럭시 S9+&#39;는 말이나 글보다는 사진, 동영상, 이모지 등으로 소통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 시대에 최적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8.2.26 uwg806@yna.co.kr/2018-02-26 06:36:3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차량공유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현대자동차는 최근 카풀 서비스업체 럭시의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우선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현대차 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왔다. 폴크스바겐ㆍ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 공유 사업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다시 한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풀 업체 ‘풀러스’가 서비스 시간을 확대하려 할 때도 정부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불법 딱지만 붙였다. 몸값이 70조에 달하는 우버가 규제에 막혀 한국을 포기한 지 3년째지만 여전히 규제 개혁 대신 표만 저울질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수소전기차도 규제와 휴게소 사업자들의 반발로 충전소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넥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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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이 막힌다는 건 곧 일자리 혈관이 막힌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의 고용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중앙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국내 주요 대기업 7곳의 2010~2016년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고용은 단 8.5%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해외 고용은 70.5%가 늘어났다. 전체 인원 대비 국내 인원 비중이 커진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조사 대상은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해당하는 내 기업으로, 지주사ㆍ공기업ㆍ고용 인원 비공개 기업 등은 제외했다.

주요 대기업 국내 고용 인원

주요 대기업 국내 고용 인원

주요 대기업 해외 고용 인원

주요 대기업 해외 고용 인원

고용인원이 10만 명이 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우 총원 대비 해외 인원 비중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고용한 인원은 2010년 9만5662명에서 2016년 9만3204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에서 고용한 인원은 9만4802명에서 21만5541명으로 늘었다. 국내 고용 인원은 연평균 0.4%씩 줄었지만, 해외는 14.7%씩 늘어나며 고용 인원이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국내 인력 규모와 해외 인력 규모가 역전됐고, 전체 인원 대비 해외 인원 비중도 49.8%에서 69.8%로 커졌다.

주요 대기업 인원 증가 추이

주요 대기업 인원 증가 추이

현대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인원은 2010년 5만6461명에서 2016년 6만6890명으로 1만여 명 느는 데 그쳤지만, 해외 인원은 배로 늘었다(2만3724명→5만1430명). 연평균 증가율은 국내가 18.5%, 해외가 116.8%다. 이에 따라 총원 대비 해외 인원 비중도 29.6%에서 43.5%가 됐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생산시설을 지은 것은 1996년(아산공장)이다.

대기업 7곳 2010~2016년 고용현황 보니 #삼성전자, 국내 줄고 해외선 2배이상 늘어 #현대차도 국내 공장 신설은 96년이 마지막 #"GM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말 사실로 #투자유입-유출 차이도 85억→1211억 달러로

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6곳 모두 이처럼 해외 인원 비중이 커졌다. 현대모비스는 55.1%에서 68.7%로, 삼성물산은 41%(2011년)에서 56%로 증가했다. 국내 고용은 줄거나 미세하게 늘어난 반면, 해외에선 훨씬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뜻이다. "GM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투자 유출 유입 추이

한국 투자 유출 유입 추이

돈의 흐름도 비슷하다. 국내로의 투자 유입액보다 해외로의 투자 유출액의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440억 달러였던 한국의 투자유출액은 2016년 2배가 넘는 3061억 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투자유입액은 1355억 달러에서 1850억 달러로, 495억 달러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투자유출과 유입 간 차이는 85억 달러에서 1211억 달러로 벌어졌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10년엔 투자 유출이 투자 유입보다 1조3873억 달러 더 많았지만, 차이가 줄어들며 2016년엔 상황이 반전됐다. 투자 유입이 유출보다 75억 달러 더 많아진 것이다.

한국 투자 유출 유입 추이

한국 투자 유출 유입 추이

국내 고용과 투자가 늘지 않는 이유는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시장 수요가 한계에 부딪혔고, 비싼 인건비와 경직된 노동환경, 경쟁국에 비해 높은 세제 등으로 인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 시설을 국내에서 더는 늘리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높은 규제 장벽 때문에 새 사업을 펼쳐 고용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수요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불가능하지만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사 관계, 세제, 불필요한 규제 등은 이번 정부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그러나 현재는 기업의 부담을 크게 하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고, 규제도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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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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