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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로 번진 미투…거문고 명인 성추행 의혹 폭로

중앙일보

입력

거문고 자료 사진. [중앙포토]

거문고 자료 사진. [중앙포토]

명인으로 꼽히는 이모(65) 용인대 명예교수가 후학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에 휩싸였다.

익명 졸업생 지난 12일 페이스북 통해 밝혀 #2014년 50주년 연주회 연 명인으로 평가

지난 12일 낮 12시 50분쯤 페이스북 커뮤니티 ‘용인대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거문고 교수 ㅇㅇㄱ 성추행 추가 피해자 증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ㅇㅇㄱ’으로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악과 교수진 중 이름의 초성이 일치하는 사람은 이 교수밖에 없다.

국악과를 졸업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하루는 개인교습을 해주겠다며 교수 방으로 불렀다”며 “자신이 복식호흡하는 것을 직접 느껴보라며 뒤에 밀착했고 그 상태에서 자신의 성기를 비볐다”고 폭로했다. 또 “동시에 귀와 목에 바람을 불기도 했다”며 “‘남자친구랑 뽀뽀도 해봤겠네. 그럼 나랑도 해보자’ 이러고 뽀뽀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이어 이 교수가 “골반이 커 임신하면 아기 잘 낳겠네” “남자친구랑 어디까지 가 봤냐. 그것도 해봤겠네”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활동에 혹여 피해가 될까 익명으로 썼다는 제보자는 다른 피해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용인대 국악과 이모 교수의 과거 성추행 폭로 글. [사진 페이스북 커뮤니티 화면 캡처]

용인대 국악과 이모 교수의 과거 성추행 폭로 글. [사진 페이스북 커뮤니티 화면 캡처]

이런 글이 올라오자 용인대 재학생들은 “공론화돼야 한다” “제발 신고해달라” 등으로 이 교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지난해 1학기 강의를 마친 후 퇴직, 현재 용인대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1992년 국립국악원 연주단 부악장을 지낸 뒤 95년부터 지난해까지 용인대 국악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 거문고 명인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전수교육조교이기도 하다. 한국전통가곡진흥원 원장 출신으로 2014년 4월 국립국악원에서 50주년 기념연주회를 열었다.

용인대 관계자는 “자세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대책회의를 했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명예교수직 박탈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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