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B, 검찰 출두 '최단 거리'는 4.36km…'포토라인'서 대국민 메시지 표명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통보한 소환 일시는 14일 오전 9시 30분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 시각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길게는 10년 넘게 묵혀 왔던 의혹들에 직접 답을 해야 한다.

'출두 루트' 최단 거리 4.36km…보안 속 출발 직전 결정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중앙포토]

검찰 청사로 오는 길은 멀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서 최단거리로 4.36km다. 논현역, 반포역(지하철 7호선)을 차례로 지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뒤 교대역(지하철 2호선)에서 우회전을 해 도착하는 경로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삼성동 사저에서 5.53km를 이동했다. 청와대 경호처가 제공하는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을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초동까지 458km를 이동했다. 청와대 경호처가 제공한 의전용 버스를 타고 5시간 17분을 쉼없이 달려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도 청와대 경호처 제공 차량을 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단 거리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정확한 이동 경로는 소환 당일인 14일 오전 사저 출발 직전에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 경로가 사전에 알려지면 테러ㆍ돌발 상황 등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 출두 때도 출발 직전에서야 ‘테헤란로 루트’로 결정됐다.

서울 논현동 사저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는 사저 출발 직전에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포토]

서울 논현동 사저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는 사저 출발 직전에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포토]

이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는 ‘최단 거리’ 외에도 크게 2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논현역(지하철 7호선)에서 좌회전을 한 뒤 강남역(지하철 2호선)에서 우회전을 해 테헤란로를 타고 가는 방안, 한남대교 남단에서 88올림픽대로를 타고 반포대교 남단으로 빠져 나와 서초역(지하철 2호선) 방향으로 가는 방안이다. ‘올림픽대로 루트’는 거리 상으로는 가장 멀지만 교통신호가 적어 통제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토라인' 메시지는?…박 전 대통령은 '29자 발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포토라인을 표시한 노란 테이프가 붙여졌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포토라인을 표시한 노란 테이프가 붙여졌다. [뉴시스]

이 전 대통령은 청사에 도착한 뒤 출입문 앞 노란색 테이프로 표시된 포토라인에 설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섰던 포토라인은 계단 밑에 위치했지만 이번엔 계단 위 정문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성명 발표까지는 아니어도 검찰 조사에 임하는 입장과 함께 국민께 드리고 싶은 말씀 등을 간략히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김성룡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김성룡 기자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메시지만을 남겼다. 이 29자를 말하는 데 8초가 걸렸다. 애초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란 변호인단의 예고가 있던 터라 실망감이 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995년 11월 15일 대검찰청에 도착한 모습. [중앙포토]

노태우 전 대통령이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1995년 11월 15일 대검찰청에 도착한 모습.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에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3명의 전 대통령들도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진 못했다.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국가원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 청사 포토라인에 선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다가 작은 목소리로 “국민들한테 죄송합니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검찰 소환 나흘 전엔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 앞에 섰습니다”로 시작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변명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2일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자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이를 도주로 보고 이튼날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전 전 대통령을 체포해 안양교도소로 압송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안양교도소에서 방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선 모습. [중앙포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선 모습.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봉하마을에서 버스에 오르기 전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말하다 착잡한 듯 입맛을 다시고는)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가서... 잘 다녀오겠습니다”고 말했다. 대검 청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엔 “왜 국민께 면목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면목 없는 일이지요”라고 짧게 답했다. 기자가 재차 심경을 묻자 “다음에 하시죠”라고 답한 뒤 조사실로 올라갔다.

윤호진·정진우 기자 yoong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