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깔끔한 남자 그 욕망을 풀어 준다 '그루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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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디를 가도 '예쁜 남자'얘기다. 영화 '왕의 남자'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영화 속 여장 남자인 '공길'역의 배우 이준기에 대한 관심이 '예쁜 남자'열풍으로 번진 듯하다. 매스컴도 앞다투어 이런 현상을 보도한다. 갸름한 턱을 가지려고 성형 외과를 찾는 남성이 늘고, 이준기가 한 귀고리도 유행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는 '왕의 남자'이전부터 이미 성행 중이다. 남성용 피부관리 서비스는 굳이 전용 관리실이 아니더라도 피부과 등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지난해 유명 백화점을 통해 남성 전용 네일 숍이 문을 열었다. 성형 외과를 찾는 남성 고객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 가보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스킨과 로션 정도로 여겨지던 남성 화장품 시장은 달라졌다. 각질 관리 스킨에 모이스처라이저와 수분 에센스는 물론이고 남성용 마스크까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여성 라인 못지않게 남성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남성의 외모 가꾸기를 뜻하는 용어로 '그루밍(grooming)'이란 말이 있다. 여성이 쓰는 '뷰티(Beauty)'라는 말의 남성판인 셈이다. 사전에는 피부와 머리 등을 보기 좋고 깨끗하게 다듬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깨끗함을 유지시키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지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 결코 아니다.

한국에서 남성의 외모 가꾸기는 아직까지 근육질 몸매로 대표되는 '남성다움'에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만 가봐도 남성 그루밍은 훨씬 다채롭다. 만약 일본에 갈 일이 있다거나 일본 남성을 만날 일이 있다면 그들의 눈썹을 자세히 보자. 상대가 젊은 남성이라면 10명중 8명은 잘 다듬은 눈썹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어쩜 그렇게 완벽하게 다듬었는지, 웬만한 여성 눈썹 못지않다. 일본 화장품 매장에서는 심지어 남성용 네일 제품까지 팔고 있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일본 남성들의 '갈매기 눈썹'은 보기에 거북할 수도 있다. "남자가 무슨"이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답지 못하다며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을 향한 노력만큼은 가상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루밍'의 본질은 예쁜 남자보다는 깔끔한 남자다.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깔끔하고 보기 좋은 남성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 동성애자들이 일반 남성을 변신시켜주는 '퀴어 아이 포 더 스트레이트 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그루밍'담당인 키안은 '깔끔한 남자가 되기 위한 비법'을 이렇게 들려준다. "면도는 천천히, 모이스처라이저를 잊지 말 것, 헤어 제품은 머리 뒤쪽부터." 사소해 보이지만 잊기 쉬운 것이다. 이 정도만 챙겨도 당신은 이미 '그루밍'한 남자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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