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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한 방에 훅 간다” 6·13 선거 최대 복병은 미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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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투’(#MeToo) 운동이 6·13 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예상 밖 폭로가 잇따르며 90여일 남은 선거판은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가 나오자 경선 중단은 물론, 의원직까지 던졌다. 다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봉주 전 의원도 6년 전 성추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90여일 남은 선거판 시계 제로 #부인해봤자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선거 막판에 악용될 가능성 #여성·젊은후보로 세대교체 촉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은 충남 판세를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초 ‘포스트 안희정’으로 꼽혔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박 전 대변인 본인마저 불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이중고를 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오자 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자신을 겨냥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오자 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반박 불가, 예측불허

의원직 사퇴 표명 직후 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 갖고 다투면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겠는가. 어쨌거나 노래방에 같이 갔다는 것만으로 일반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구차하게 보이지 않나”라고도 했다.

민 의원의 성추행은 사실관계만 따지면 다툼의 요소가 적지 않다. 단둘이 있을 때 벌어졌고, 민 의원이 2차 가해를 했다거나 피해자가 성추행을 주변에 알렸다는 등의 정황도 현재로썬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직 피해 여성의 언론 인터뷰만 있다. 그런데도 민 의원이 의원직 사퇴까지 한 건 “부인해봤자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 거다.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중앙포토]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중앙포토]

과거에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를 향한 비방 등은 적지 않았다. 설사 공격을 당해도 이를 무시하거나, 때론 반박하며 노이즈 마케팅처럼 논란을 증폭했다.

하지만 현재 미투 관련 증언은 “걸리면 한 방에 훅 간다”는 말이 돌 만큼 막강한 위력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성폭력과 관련해 “피해 여성은 진실을 말하고, 가해 남성은 거짓을 꾸민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안희정·민병두 등 나름 깨끗한 이미지의 정치인마저 ‘미투’에 연루되면서 여야 공히 선거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충남지사 예비후보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게 제기된 여성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 의혹이 날조된 거짓이라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충남지사 예비후보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게 제기된 여성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 의혹이 날조된 거짓이라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사생활 들추기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대변인 재직 시 전 부인과 이혼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백억대의 특혜를 주도록 강요받았지만 거절했다”며 “이후 충남지사 예비선거에 등록하자 특혜를 요구했던 장본인들이 기획 조작된 기자회견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특혜 요구 장본인들로 민주당 당원 오영환 씨와 자신의 전 부인 박 모 씨를 지목했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불륜·특혜 공천 의혹을 보복성 정치공작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사실 박 전 대변인 사례는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이 등장하지 않아 ‘미투’와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미투’의 출발점이 내밀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 문제이기에, 박 전 대변인의 개인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남녀 문제에 얽히는 거 자체가 치명타”라며 “자칫 선거 막판 ‘미투’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변선구 기자

‘안전’한 후보 공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입당한 한국당은 내심 표정관리 중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50대 이상 한국 남자 중 성 문제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이가 몇 명이겠나”라며 “서울 송파을에 배현진을 전략공천하는 것은 물론, 타 지역에도 젊은 후보를 적극적으로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우선 ‘안전’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과 동시에 ‘미투’가 젠더 감수성을 갖춘,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우·김형구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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