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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격파한 장애인하키 대표팀 '영화배우' 장동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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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신(오른쪽)이 10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일본전 2피리어드에서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장동신(오른쪽)이 10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일본전 2피리어드에서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기분좋습니다."

10일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서광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일본을 4-1로 완파했다. 미국, 일본, 체코와 한 조에 배정된 한국은 조 2위에게까지 주어지는 준결승행 티켓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은 2피리어드 6분 8초에 중거리슛을 터트린 장동신(42·강원도청)이었다. 장동신은 페이스오프에서 김영성과 장종호를 거쳐 넘어온 퍽을 받아 오른쪽 위 코너로 날렸다. 그 전까지 한국 팀의 슈팅을 연거푸 막아내던 일본 골리 후쿠시마 시노부도 막아낼 수 없었던 슈팅이었다. 장동신은 "수비수가 마침 골리 앞을 지나쳤다. 수비수에 맞지 않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출연해 제작된 뒤 3월 7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포스터.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출연해 제작된 뒤 3월 7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포스터.

운이 따랐다고는 하지만 철저한 연습이 만들어낸 골이었다. 수비수인 장동신은 "페이스오프에서 퍽을 따낸 뒤 선수들을 거쳐 내게 오는 패턴을 많이 연습했다. 세보진 않았지만 정말 많이 연습했다"고 웃었다. 장동신은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선수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동메달결정전에서도 경기 막판 절묘한 슈팅으로 노르웨이전 승리(2-1)를 이끌었다. 그는 "평창 패럴림픽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어 좋다. 나 혼자만의 골이 아닌 팀 전체의 골"이라고 말했다.

27세인 2000년 교통사고로 왼 다리를 잃은 장동신은 재활을 위해 휠체어펜싱을 시작했다. 그는 2003년 장애인 전국체전 6관왕에 오를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펜싱덕분에 아내 배혜심(48)씨도 만났다. 그러다 아이스하키를 접하게 됐고, 두 번의 패럴림픽(2010 밴쿠버, 2014 소치)에도 나갔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번 패럴림픽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긴 처음이다. 장동신은 "부모님이 내 경기를 보는 게 두 번째다. 지인들도 처음 보는 분들이 많다. 내가 열심히 했던 걸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장동신이 2014년 러시아 소치 샤이바아레나에서 열린 겨울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7-8위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동신이 2014년 러시아 소치 샤이바아레나에서 열린 겨울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7-8위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년 전 소치에서 장동신은 선제골을 터트려 7-8위전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승리의 기쁨보단 아쉬움을 털어놨다. 2012 노르웨이 세계선수권을 배경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가 썰매를 탄다'의 개봉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SBS 프로듀서 출신 김경만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상업영화들에 밀려 개봉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장동신은 당시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70~80명 정도다. 이만한 저변에서 이 정도면 잘 하는 건데… 관심이 아쉽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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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당시 개봉되지 못했던 영화는 이번 올림픽을 앞둔 7일 마침내 개봉됐다. 하지만 흥행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하곤 있다. '영화배우' 장동신은 "이번 패럴림픽이 중계가 된 덕분에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보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재밌습니다. 봐주십시오"란 부탁과 함께.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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