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후 "괘념치 말거라"···전문가가 본 안희정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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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후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8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미투 운동’을 이야기하며 사과까지 하고서는 범행을 저질렀다.

텔레그램을 통해 김씨에게 ‘미안’ ‘내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를 괜히 이야기했다’ ‘괘념치 말거라’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김씨가 폭로하자 그는 잠적했다.

왼쪽부터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임명호 교수 제공

왼쪽부터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중앙포토], 임명호 교수 제공

심리전문가들은 안 전 지사의 일련의 행동에서 다양한 감정 변화가 읽힌다고 말한다. 이를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①착각_성폭행 시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의 범죄는 권력자들이 쉽게 빠지는 ‘착각’에서 비롯됐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장은 “‘나는 이 정도 범죄는 저질로도 되겠지’라는 착각을 권력자들이 많이 한다. 자신의 힘으로 (피해자에게) 시혜를 베풀면 그 피해가 상쇄된다고 생각한다”며 “안 전 지사는 자신이 권력을 쥔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 정도(성폭행)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위협_지난달 25일 미투 발언 후 성폭행

‘미투 운동’에 대해 얘기하다가 사과한 후, 범죄를 다시 저지른 건 피해자에 대한 강력한 ‘위협’이었다. 배 학과장은 “‘미투 운동이 일어도 나는 끄떡없다. 너는 내 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행동이다. 피해자의 심리적 시야를 좁히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미투 운동과 자신의 범죄를 구분 지으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③희석_사과하는 텔레그램 글

전문가들은 안 전 지사의 텔레그램 내용은 자신의 범죄를 ‘희석’시키려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폭행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 다들 ‘저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고 답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괘념치 말거라’(마음에 두고 걱정하지 마라)라는 내용은 몹시 거슬린다. 가해자 스스로 기억을 왜곡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답이 없는데도 글을 계속 쓰는 모습에서 불안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④공황_입장 번복

폭로가 터진 5일 비서실을 통해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입장을 냈다가 이를 번복한 일에 대해서는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실언했다가 이를 번복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안 전 지사는 성취욕이 강했던 만큼 폭로 사건에 심각한 공황에 빠졌을 것이고, 포기하는 심정으로 SNS에 글을 올린 듯싶다”고 말했다.

⑤도피_폭로된 후 잠적

성폭행 사실이 폭로된 후 안 전 지사는 외부와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임 교수는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면 동굴(피난처)을 찾게 된다. 안 전 지사도 현실에서의 도피를 택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시간을 벌었다. 이제는 수습책을 세우는 데 고민하고 있을 듯싶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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