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유럽 흔드는 한국 가전 '퀵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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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독일 하노버 정보통신전시회 '세빗(CeBIT)'에서도 한국 제품의 인기는 높았다. 수백 명의 독일인이 몰려 삼성.LG의 TV 전시장은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전자의 전시장을 찾은 레나테 콜브(31.주부)는 "한국업체는 다른 회사보다 신제품을 빨리 내놔 전자제품의 트렌드를 보고 싶어 들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가 '빨리빨리 서비스'를 내세워 유럽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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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감동시키는 방문 서비스=LG전자 프랑스법인은 지난해 세계적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보낸 대형 꽃다발과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폴란스키 감독은 이 편지에서 "60인치 PDP TV가 고장 났는데, LG전자 서비스 요원이 하루 만에 패널을 바꿔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지난해 유럽 전 지역을 관리하는 콜센터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콜센터에 제품 고장 내용을 신고하면 가까운 지역의 서비스센터 직원이 직접 집으로 찾아간다. 이를 위해 유럽의 서비스 업체와 손을 잡았다. 유럽 소비자들은 고장 난 물건을 들고 직접 유통업체를 찾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또 수리하는 데 한 달가량 걸리는 일도 숱하다. 삼성전자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소비자의 전화를 20초 내에 받도록 하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이용, 해당 제품이 언제 어떻게 수리받았는지를 살펴본 뒤 소비자와 상담한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외주업체가 일주일 내에 고장 수리를 마치면 가산점을 주고 있다. LG전자 프랑스법인 마케팅 담당 김철 부장은 "방문 서비스를 한 뒤 소비자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발 빠른 제품 출시=삼성전자는 요즘 1년에 두 차례씩 디지털 TV 신제품을 유럽에 선보인다. 이 회사 윤부근 전무는 "원래 봄에만 신제품을 내놓았는데 시장을 이끌기 위해 출시 횟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업체 소니도 올해부터 신제품을 한 해에 두 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또 경쟁사보다 유통업체에 가급적 빨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통업체의 재고 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지난해 가을 프랑스.독일 등의 LCD TV 수요가 확 늘어났을 때의 일이다. 유통업체마다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삼성전자는 이틀 만에 제품을 확보해 공급해 줬다. 이 회사 김양규 프랑스 법인장은 "이 일을 계기로 까다로운 유럽 유통업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리에 있는 LG전자 유럽 연구개발(R&D) 센터는 대리점에 접수된 휴대전화기 고장 문제를 해결해 준다. 소비자가 대리점을 찾아와 고장 내용을 말하면 연구소가 이를 접수해 전화기의 고장 수리 프로그램을 바로 대리점으로 보내준다.

파리.하노버=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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