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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의 철학? 소비자에게 필요없는 물건은 안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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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무지코리아의 나루카와 타쿠야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무인양품 서울 신촌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 상인과의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무지코리아의 나루카와 타쿠야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무인양품 서울 신촌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 상인과의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버리고 또 버리다 보니 마지막엔 ‘무인양품(無印良品)’ 만 남았다.”

나루카와 무지코리아 대표 #무인양품 출발은 수퍼마켓 PB상품 #군더더기 포장 줄여 가격 거품 빼 #고객들에게 사러오는 즐거움 줘야 #7000개 넘는 제품 팔지만 공장 없어 #일부는 한국서 생산 값 더 낮출 계획

‘미니멀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일본 주부 야마구치 세이코는 주저 없이 ‘무인양품’을 미니멀리스트가 된 비결로 꼽는다. 무인양품은 그가 쓴 책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2016년)를 비롯해 최소한의 물건으로 사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지침서에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다.

‘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란 뜻을 가진 무인양품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해 의류와 가구, 식재료 등 7000개가 넘는 품목을 만들어 판다. 일본어로 ‘무지루시료힌’이라 읽고 줄여서 ‘무지(MUJI) ’라 부른다.

무인양품의 시작은 PB(자체브랜드)였다. 1980년부터 일본 대형 수퍼마켓 세이유에서 팔다 89년 회사를 따로 차려 독립 브랜드가 됐다. 일본 전역과 한국을 포함한 해외 24개 국가에 진출했다.

무인양품 현황

무인양품

무인양품

● 영업 국가 : 일본 포함 미국 ·중국·인도 등 24개국
● 매장 수 : 935개(일본 454개 해외 481개 )
● 연 매출 : 3332억 8100만엔
(3조4000억원·2016년 3월~2017년 2월)
● 한국 매출 : 1100억원(2017년)
● 한국 매장 수 : 오프라인 28개, 온라인 1개

무인양품은 최근 한국에서 영업 방향을 바꿨다. 지역 상생을 표방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문을 연 서울 신촌점이 그 첫 무대다. 1652㎡(약 500평) 규모로 국내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구입한 물품에 원하는 모양으로 자수를 새겨주는 서비스나 독서 공간 등을 도입했고 지역 주민을 위한 다목적홀 등을 만들었다.

나루카와 타쿠야(46) 무지코리아 대표를 오픈 전날인 지난달 27일 인터뷰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에 맞설 힘은 지역 상생”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 상생이 단순히 착함을 강조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지역 상생을 표방하게 됐나.
“물건만 파는 매장은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쇼핑이 훨씬 편한데 왜 가게를 가겠나. 매장에 오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무지를 지역과 연결하는 창구로 활용해 공생 가치를 제안하고 싶었다. 일본 매장도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장소로 신촌을 택한 이유는.
“학생들이 우리의 중심 고객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브랜드는 성장이 어렵다. 그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적합한 장소라 판단했다.”
무인양품의 철학은 무엇인가.
“물건으로 따지면 기분 좋은 생활을 돕는 최소한의 것, 생활의 기본이 되는 상품이다. 바꿔 말하면 필요 없는 상품은 만들지도 팔지도 말자는 거다. 상품개발 담당 시절,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걸 우리도 만들자고 하면 ‘그 상품에 소비자가 불만이 있냐. 없다면 우리가 굳이 왜 또 만드냐’는 답을 듣곤 했다.”
생활의 기본이 되는 상품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드나.
“품질에 지장이 없지만, 모양이 좋지 않아 버려지는 소재를 쓰거나, 표백 등 낭비되는 공정을 줄이고 무의미한 포장을 하지 않는 식이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물건은 ‘텅 빈’ 것이다. 단순히 디자인이 심플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본질에 충실하되 사용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꼽는다면.
“무인양품의 사고방식을 좋아해 주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표방하는 가치는 이상적이라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옷은 무인양품을 택해도 가구는 별로라 여길 수 있다. 우리의 간소함을 좋아하는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파는 품목이 생활 전반을 거의 커버하고 있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7000종류가 넘는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전용 공장이 있나.
“따로 갖고 있는 공장은 없다. 원하는 기준을 충족한 공장과 계약을 맺는다.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과 중국에서 많이 생산한다. 전용공장도 고민했지만, 우리가 그 공장 운명을 좌우하는 입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호텔 사업에도 진출한 이유는.
“무인양품은 사회가 곤란해하는 문제에 답을 낼 수 있으면 해보자는 주의다. 호텔은 마음 편히 쉬기엔 비싸고, 특히 일본 비즈니스호텔은 좁다. 무지 호텔은 성수기, 비성수기에 상관없이 가격이 똑같고 전용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아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올해 중국에 이어 내년엔 일본에도 생기는데 한국에도 도입하고 싶다.”
일본 매장은 식품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도 변화가 생기나.
“식품은 중점적으로 키울 영역이다. 한국에서 식품 판매를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법에 따라 들여올 수 있는 상품부터 취급해 일본보다 종류가 적다. 수입 규모도 키울 계획이고 한국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 매장의 상품 가격이 일본보다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수입하기 때문에 붙는 비용이 있고,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한국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 자체적으로 규모를 키워 더 많은 제품을 들여오거나 한국에서 만드는 식으로 비용을 줄이려 고민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물건은 많이 팔아야 유지되는데 불필요한 것은 안 판다는 무인양품 가치관이 모순으로 들리기도 한다.
“많이 팔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 다만 적어도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걸 사게 했다는 생각을 주고 싶진 않다.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건데 그렇게 되면 소비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항상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런 딜레마가 무인양품이 더 좋은 상품을 내놓도록 이끄는 중요한 힘이다.” 

◆나루카와 타쿠야(成川卓也) 무지코리아 대표이사

1996년 일본 무인양품에 입사해 점장과 지역 전체를 관리하는 매니저를 거쳐, 2012년 중국 상하이에서 영업개혁 업무를 맡았다. 2015년 일본 본사로 돌아와 의복잡화부 개혁 업무를 진행했고 2017년 2월 무지코리아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무인양품(無印良品)

1980년 일본 대형 수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 출발했다. 89년 독립해 주식회사 ‘양품계획’을 설립했다. 생활용품을 비롯해 식료품과 가구, 조립식 주택 등 7000여 품목을 판매한다. 2004년 설립한 한국법인 ‘무지코리아’는 롯데상사와 일본 본사가 지분을 각각 40%, 60% 갖고 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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