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막 전인대 관전포인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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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가 5일 개막된다. 해마다 3월초에 소집되는 전인대는 정기 국회에 해당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른 의미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개헌,인사,정부조직개편.... 회기 예년보다 닷새 늘려

중국은 5년마다 공산당 당 대회에서 지도부를 개편한 뒤 이듬해 봄 전인대에서 각급 국가 기구의 수장들을 새로 뽑는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국가주석과 총리도 전인대에서 새로이 선출하고 국무원(행정부)의 각 부장(장관)들도 물갈이한다. 5년만의 전면 개각이 이뤄지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전인대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외부 세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년보다 회기를 닷새 가량 늘려 20일까지 열리는 건 개헌과 인사 등 처리해야 할 중요 의안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인 헌법 개정안 표결은 11일로 예정돼 있다. 주요 내용은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전인대에 제출한 건의안을 통해 이미 공개된 상태다. 핵심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사상’을 중국의 국가 이념 중 하나로 명기하는 것과 함께 국가주석직의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 중 시진핑 사상의 헌법 명기는 지난해 당 최고규범인 당장에 명기된 데 따라 예상되던 수순이다.

반면 연임 제한 철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가주석의 연임은 두 차례를 초과할 수 없다’는 현행 헌법 79조의 단서조항이 삭제되면 이론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종신집권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공개된 직후 인터넷에는 비판 의견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중국 인터넷 당국은 ‘시황제’등의 단어를 금칙어로 설정하고 삭제하는 등 검열을 강화했다.

개헌안은 전인대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으로 통과될 전망이다. 당이 채택한 중요 안건이 전인대를 통과 못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이 전인대를 ‘거수기’나 ‘박수부대’‘고무도장’등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장예쑤이(張業遂) 전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공산당 총서기와 군사위원회 주석에는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국가주석에 대한 헌법 규정도 같은 방식으로 맞추는 것이 국가 영도 체계 개선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반대 글을 올리긴 했지만 중국의 다수 대중은 공산당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다. 30대 여성 회사원은 “주위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시 주석이 5년 정도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쪽이 많다”며 “다만 종신집권에는 반대 의견이 훨씬 많은데 이번 개헌의 목적이 그게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개헌에 대한 중국내 부정적 여론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 관심사는 전인대 막바지에 확정될 인사(人事)다. 이 가운데 서열3위의 상무위원 리잔수(栗戰書)가 전인대 상무위원장, 서열4위 왕양(汪洋)이 정치협상회의 주석, 7위 한정(韓正)이 상무부총리에 선출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인 정치국원 류허(劉鶴)도 현재 6명인 부총리 자리 하나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18일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AP]

지난해 10월 18일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AP]

주목의 대상은 왕치산(王岐山) 전 기율위 서기의 거취다. 그는 지난해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직을 내놓은 평당원 신분이지만 여전히 상무위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들은 그가 국가부주석에 선출될 것이란 전망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하고 있다. 4일 공개된 이번 전인대의 주석단 명단에 그가 포함된 것도 그런 전망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국가부주석은 실권이 없는 자리였지만 왕이 맡게 될 경우는 시 주석의 역할 일부를 위임받아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란 예상이 유력하다.

한때 유력 차세대 주자로 꼽혔으나 지난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치국원에 머물렀던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 서기가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은 누가 맡게 될지도 관심이다.

이밖에 국무원 기구 개혁, 즉 정부조직 개편도 이번 전인대에서 단행될 예정이다. 장 대변인은 “13일 전체회의에서 개편안의 골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른 새 장관급 인사의 면면은 폐막 하루 전날인 19일 결정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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