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안전대진단’ 도중 터진 엘시티 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황선윤
황선윤 기자 중앙일보 기자
황선윤 내셔널부 기자

황선윤 내셔널부 기자

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더샵’ 공사현장의 55층 외벽에 설치돼 있던 박스 형태의 안전작업 발판(SWC·Safety Working Case) 구조물이 160여m 아래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구조물에서 작업 중이던 3명 등 근로자 4명이 숨졌다. 모두 시공사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이 역시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 15일부터 4월 13일까지 ‘국가안전대진단’을 벌이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다. 안전대진단이 형식적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경찰은 SWC 구조물을 지지해주는 고정장치 이상을 사고원인으로 보고 있다. SWC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건물 외벽에 고정된 앵커와 연결된 역삼각형 모양의 ‘슈브라켓’ 4개와 볼트 등이 지상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부실시공이나 부품결함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4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들이 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4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들이 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안전점검과 교육도 소홀했다. 사고 당일 SWC 구조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작업 전에 볼트 상태 등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포스코건설은 이미 2016년과 지난해에 안전교육 미실시, 위험물질표시위반 등으로 두 차례 과태료(총 720여만원)처분을 받은 바 있다.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준다.

엘시티는 주거시설 허용과 층수제한 해제 같은 허가·건축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게이트’라 불릴 만한 비리도 적발됐다.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8)씨는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려 정·관계 유력인사를 상대로 5억 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연루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 전 국회의원, 서병수 현 부산시장의 측근 등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시민단체는 “국회가 약속했던 특검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이고 태생적인 원인을 밝혀라”며 특검을 촉구했다. 지난해 3월 당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검을 대통령선거 후에 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는 걸 꼬집은 것이다.

사고 후 부산시와 고용노동부 산하 부산고용노동청, 포스코 건설 등이 뒤늦게 긴급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식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계속 봐야하나.

황선윤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