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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지고, 암호화폐 기업 뜨고…日 청년들의 달라진 취향

중앙일보

입력

#지난 24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업계의 취업설명회장. 관련 23개사가 취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개최한 이 행사엔 예상보다 2배에 달하는 400명의 기술 전공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암호화폐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다. 지금부터라도 그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20대 취업 희망자)는 포부가 나왔다.

8년연속 '취업 희망 1순위'은행이 올해엔 4위로 #'안정된 직장'의 대명사가 '불안정'의 대명사로 #암호화페와 AI 분야 기업설명회는 연일 북새통 #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업계에 대한 구직 희망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구직자들이 ‘갑’, 기업은 ‘을’인 상황이다.
전 업종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일손 부족 현상의 영향도 있고, 최근 580억엔 규모의 암호화폐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관련 업계가 경쟁적으로 인재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색 양복을 함께 입은 일본의 취업 희망 대학생들[연합뉴스]

검은색 양복을 함께 입은 일본의 취업 희망 대학생들[연합뉴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도 “기술자 부족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취업시장은 완전히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3월1일부터 기업체들의 취업 설명회가 본격화된다. 2019년 3월 졸업하는 대학교 3학년생들에겐 취업 시즌 개막이다.

아무리 “구직자들이 갑”이라고 해도 그나마 희망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정보ㆍ인터넷 서비스 관련 업체와 달리 과거에 비해 인기가 확연하게 시들해진 분야도 있다.

#.지난 26일 지요다구의 메이지대 캠퍼스에서 열린 일본 은행업계의 학내 취업 설명회장.
설명회에 참석한 3학년생들의 수는 300명 수준.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을 모두 채우고도 100명 가까이 서서 설명회를 들었던 지난해 같은 시기의 설명회와 비교하면 출석자가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지난해엔 미츠비시도쿄UFJ은행,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 등 3개 대형은행에 취업한 메이지대 학생들만 100명이 넘었지만, 올해엔 학생들의 취향이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시대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를 고민해 희망분야를 은행에서 의료기구업계로 바꾸었다”는 금융 전공 학생의 발언도 소개했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 개막을 앞두고 취업관련 회사 ‘디스코’(ディスコ)가 집계한 대학3학년생들의 '지망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은행업계는 16.2%(복수응답허용)로 4위를 기록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으로 압도적 1위를 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해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일본기업들의 취업박람회 모습.송봉근 기자

지난해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일본기업들의 취업박람회 모습.송봉근 기자

은행업계가 고전하는 건 ▶초저금리로 인한 수익악화▶대형 은행들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의 구조조정 등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AI(인공지능)의 도입 등으로 은행 업무에 필요한 인원이 장래에는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은행업계내의 전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안정된 직장’의 대명사였던 은행이 이제 불안한 직장으로 비쳐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무래도 은행을 지원하는 이들중엔 안정 지향적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은행보다 더 장래가 탄탄한 기업으로 선택을 바꾸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코의 조사에서 1위는 정보ㆍ인터넷 서비스(17.2%)분야였고, 소재ㆍ화학(16.8%)과 식품(16.6%)등이 뒤를 이었다.

정보ㆍ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경우 은행업계와는 대조적으로 AI도입이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도 우수한 학생들의 확보를 위해 회사설명회와 인턴십 채용 등의 기회를 더 늘려나가고 그 시기도 앞당길 계획이다.

한편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3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인재확보 경쟁을 앞두고 묘안 짜내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8일 보도했다. 특히 같은 신입사원이라도 실적과 실력에 따라 첫 임금수준에 차이를 두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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