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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두 다리 잃은 참전 여성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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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라크전에서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워스가 미국 일리노이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골반으로부터 6~7㎝ 길이의 다리만 남은 그는 "휴대용 컴퓨터를 쓰기 불편하지만 발 시릴일은 없어 좋다"며 웃었다. [일리노이 AP=연합뉴스]

미군 헬기 조종사로 이라크에서 근무하다 부상으로 두 다리를 잃은 태미 덕워스(38.여)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대표 '전사'로 나선다. 뉴욕 타임스는 태국계인 덕워스가 21일(현지시간) 실시된 민주당의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경선에서 승리, 후보로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경선 결과 덕워스는 44%의 득표율로 경쟁자인 크리스틴 세겔리스(여)를 4% 포인트 차로 제쳤다.

이번에 출마할 지역구는 공화당의 헨리 하이드 의원이 1975년 이후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계속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덕워스는 "32년 만에 처음으로 변화를 원하는 지역구민들의 강한 의지가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며 "이라크전 참전이나 이번 출마를 모두 내 소명으로 여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덕워스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참전 용사 자격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초청받으면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3개월 전만 해도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며 "그동안 회오리 바람에 휩싸인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화당 골수 지지자였지만 군에서 제대한 뒤로는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는 "미군은 이라크에 민주주의 기초가 놓일 때까지 더 주둔해야 하지만 침공 결정은 명백한 실수"라고 공화당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쟁점화하기 위해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영입한 일곱 명의 참전용사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신문은 "덕워스가 민주당 중진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힐러리 클린턴(뉴욕주) 상원의원과 존 케리(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그를 적극 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헬기를 몰다가 2004년 11월 저항세력의 로켓탄 공격에 격추돼 여드레 동안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도 못할 만큼 심한 부상을 입었으며 두 다리까지 잃었다. 그 뒤 1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를 받고 지난해 12월 전역했다. 민간인으로 돌아오자마자 정치에 뛰어든 셈이다. 남편도 군인으로 주 방위군 대위다.

한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덕워스가 지금까지는 잘해 왔지만 11월 선거에서 선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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