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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공백 속 주총, 일본롯데는 신동빈 손 들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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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신동빈

신동빈

신동빈 회장 구속 상태서 맞은 롯데그룹의 첫 주총이 탈 없이 마무리되면서 첫 번째 경영시험대를 통과했다.

롯데상사 등 비상장 6개사 통합안 #소액주주 반발에도 무난히 통과 #롯데, 홈쇼핑 재승인 등 난제 여전

롯데지주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홍기획·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사의 분할·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이날 밝혔다. 계열사 6곳의 투자부문을 분할해 롯데지주가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날 주총은 의결권 있는 주식 5811만5783주 중 3900만9587주가 참석했으며, 이 중 3395만 358주(87.03%)가 안건에 찬성했다. 주주 본인과 위임장 대리출석을 합해 711명이 출석했다.

관심을 끈 일본롯데 측은 위임장을 통해 찬성 의사를 표했다고 롯데 측은 밝혔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일본롯데의 롯데지주 지분은 3.6%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대리출석 주주를 밝히라며 이의를 제기하며 잠시 파행을 겪기도 했지만, 롯데 측 법률대리인은 “법적 하자는 없다”고 답하며 무리 없이 진행됐다.

2014년 6월까지 순환출자 고리가 75만여 개에 달했던 롯데는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후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으며, 이후 지난해 11월 2개 계열사 주식 매각으로 11개까지 줄어들었다.

이날 임시주총을 통한 분할·합병 결정에 이어 오는 4월 1일로 예정된 합병기일이 지나면 그룹 내 순환·상호 출자는 완전히 해소된다.

이에 따라 유통·식품·금융 부문이 편입된 롯데지주의 계열사는 42개에서 53개로 늘어난다. 합병한 6개 계열사와 해당 계열사의 손자회사 3개가 포함된 숫자다. 롯데그룹 계열사 92개 중 절반 이상이 롯데지주에 속하는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시주총 의장으로 나선 황각규 부회장은 “롯데는 2014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순환출자가 10대 그룹 중 가장 많았다”며 “이번 순환·상호출자 해소로 경영 투명성은 물론 복잡한 순환 출자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권 행사를 통해 일부 상호출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법으로 허용된 유예기간(6개월) 안에 조속히 해소할 계획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다음 달 19일까지다.

또 이번 합병으로 의결권이 있는 롯데지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60.9%까지 올라간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이 37.3%에 달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 지분은 13.8%가 되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각각 4.6%와 2.6%가 된다.

첫 주총은 마무리됐지만, 롯데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다. 오는 5월 26일 사업권이 끝나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이 당면 과제다. 재승인 여부는 심사를 거쳐 3~4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뇌물 의혹 사건에 신 회장의 구속까지 더해져 갈수록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면세점 사업도 난항이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부담이 큰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주류·담배 매장을 제외하고,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롯데 측의 사업권 반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롯데월드타워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 회장 구속 이후 다시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붙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움직임도 롯데엔 부담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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