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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야당 원내대표 집으로 당직자 보내 받아낸 “근로기준법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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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단축 법안 통과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3당 간사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영표 환노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임현동 기자

근로시간단축 법안 통과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3당 간사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영표 환노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 임현동 기자

장장 18시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새벽 근로기준법 합의처리를 하기까지 마라톤 협상에 들어간 시간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환노위 산하 고용노동소위 여야 의원들은 26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하루 뒤인 27일 오전 4시까지 무박 2일 동안 ‘끝장토론’을 벌였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서다. 이 과정에서 총 6번의 정회가 있었고, 하루를 넘겨 차수도 변경됐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이 전한 근로기준법 합의 막전막후

홍 위원장은 27일 중앙일보와 만나 밤샘처리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홍 위원장은 “이틀 후면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여야가 안보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정국 상황이 좋지 않아 위원장으로서 굉장히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들어가면서 소위 위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이견이 있더라도 서로 반대만 하지 말고 끝까지 의견을 조율해보자’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여야 의원들은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특별연장근로시간 ▶관공서 공휴일 규정 도입 ▶특례업종 축소 등 쟁점사항을 하나씩 꺼내 차례로 논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환노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 참여했다가 오후 늦게 다시 환노위 회의에 복귀했다.

첫 번째 고비는 노동계 반발이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인사들은 “근로기준법 졸속 개악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환노위원장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홍 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여야가 논의 중인 법안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홍 위원장은 “우리가 결론을 갖고 협상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말해줄 것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를 속이려 한다”며 환노위 전체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중앙포토]

두 번째 고비는 자정을 넘겨 회의의 차수를 변경하기 위해 잠시 산회했을 때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밤 12시 30분쯤 입장 조율을 통해 6개 쟁점 사항에 90% 이상 합의했다. 이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각 당 원내지도부에 보고를 하고 추인을 받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민주당은 홍 위원장과 한 의원이 사전에 원내지도부의 위임을 받아 협상에 임했고, 바른미래당은 환노위 간사인 김삼화 의원이 김동철 원내대표와 통화한 뒤 합의안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한국당 당직자가 김 원내대표의 서울 강서구 자택으로 직접 찾아갔고 기다리다 지쳐 잠든 김 원내대표를 깨웠다. 가까스로 연결된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는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민간에 도입하는 시기를 단계적으로 재조정하는 안을 추가로 제시했고, 이를 반영해 최종 합의안이 나왔다. 홍 위원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다들 발을 동동 굴렀다”며 “그 이후에도 이견이 있으면 당사자끼리 밖으로 나가 해결하고 오는 상황이 반복돼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라는 하나의 상징적 모델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경제계에서는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최선의 안’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노동계도 다소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28일 오전)와 본회의 표결(28일 오후)이 남아있다. 홍 위원장은 “여야가 지도부 동의 하에 합의로 처리한 만큼 본회의까지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법사위원장(한국당)도 “환노위에서 여야 간 합의로 통과된 만큼 법사위 상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은 법사위 심의 전 5일의 숙려기간을 두는데, 여야 원내 지도부 합의 사안인 만큼 예외를 인정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법사위 상정 및 처리를 28일 중 마치겠다는 뜻이다.

법 개정안이 법사위 관문을 통과하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본회의에서도 문제 없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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