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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맛] 알배기 주꾸미떼 쫄깃한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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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봄 전령은 통통하게 알이 찬 주꾸미다. 날이 풀리면서 바다 속에 그물로 던져놓은 소라껍데기마다 알을 품은 주꾸미들이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맘때면 충남 태안을 시작으로 보령.서천을 거쳐 전북 군산으로 이어지는 서해 포구마다 주꾸미를 볶고 데치는 냄새가 진동한다.

<보령.서천> 글.사진=유지상 기자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충남 보령시 무창포항에서는 18일 서둘러 '고동 주꾸미 축제'를 시작했다.

다음달 9일까지 바닷길을 따라 주꾸미 잡이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전북 군산 해망동의 수산물종합센터에서는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군산 주꾸미 축제'가 열리고, 서천 마량리 동백정 광장에서도 25일부터 보름 동안 주꾸미 먹거리 잔치가 펼쳐진다.

사실 주꾸미는 날것으로도 즐겨먹는 낙지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산란기인 3월부터 5월 사이에 통통하게 알이 찬 주꾸미는 육질이 부드럽고 입안에서 톡톡 씹히는 알 맛에 주꾸미만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익혀서 먹는 방법은 주꾸미나 낙지나 별 차이가 없다. 낙지 연포탕처럼 팔팔 끓는 육수에 익혀 샤브샤브로 먹기도 하고, 낙지볶음처럼 고추장 양념에 각종 야채를 넣어 뻘겋게 볶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주꾸미 몸통 안에 든 알의 텁텁하고 씁쓸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매운 볶음요리보다는 담박한 국물요리가 제격입니다." 충남 서천 홍원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임미정씨의 설명이다.

다리 부분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몸통은 끓는 물에 다시 푹 익혀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 방법도 있다. 먹통을 제거하지 않으면 국물이 금방 검게 변하는데도 일부러 먹통을 남겨 검은 국물에 '먹물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단다.

그러나 제철을 맞은 주꾸미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서해 포구 현지에서조차 맛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포구마다 주꾸미 먹거리 잔치를 벌이면서 서울 등지에서 나들이 온 외지 손님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초만 해도 1㎏에 1만원 내외로 거래되던 것이 16일에는 1만5000원, 무창포의 축제가 열리기 전날인 17일에는 하루 새 2000원이 또 올라 1㎏에 1만7000원까지 값이 뛰었다. 음식점에서 한 냄비에 10마리가 들어가던 주꾸미 샤브샤브도 7마리 정도로 크게 줄었다.

현지 상인들도 제철을 맞은 해산물 값이 폭등하는 기현상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 채 오히려 "주꾸미 축제가 절정인 3월 말과 4월 초에는 1㎏에 2만원선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신림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주꾸미를 사러 왔다는 김연희(48) 주부는 홍원항 포구에서 값을 물어보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꾸미 대신 손바닥 만한 키조개 10개를 1만원에 사서 서울로 되돌아갔다.

군산 시내에서 해산물 전문점을 운영하는 홍성훈(53)씨는 "주꾸미.전어.대하 등 서해안에서 대규모로 축제를 벌이는 해산물은 행사 기간엔 현지 단골손님에게 팔지 않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축제가 끝난 뒤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따로 연락해 음식을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 주꾸미 샤브샤브 만드는 법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더라도 노량진 수산시장 등 서울에서 구입해 담박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주꾸미 자체가 바닷물을 품고 있어 그대로 넣어 끓이면 국물 맛이 짜다. 민물에 헹궈서 짠 기를 뺀 뒤 끓이도록 한다. 매운맛을 원하면 고춧가루 대신 청양고추를 넉넉하게 넣어 맛을 낸다.

■ 재료= 주꾸미 1㎏, 쪽파 10뿌리, 다시마 10×20㎝, 팽이버섯 150g, 청양고추 2개,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약간, 멸치국물 1.2ℓ

■ 만드는 법= 쪽파는 깨끗하게 다듬어 10㎝ 길이로 썰어 놓는다. 팽이버섯은 가볍게 손질해 갈라 놓는다. 청양고추는 씨를 빼고 어슷하게 썬다. 냄비에 멸치국물을 붓고 쪽파 등 재료를 넣은 뒤 민물에 씻은 주꾸미를 넣고 불을 붙인다. 주꾸미가 붉게 익으면 가위로 자르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냄비의 내용물이 끓으면 주꾸미와 쪽파 등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엔 라면을 끓여 먹는다. 라면은 스프를 넣지 말고 소금으로 간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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