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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어떤 대화든 비핵화가 결론", 평창이후 충돌피할 방안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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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 의원. [연합뉴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 의원.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서 “북ㆍ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어떤 대화든 '비핵화'가 핵심 주제임을 분명히 하고, 북한이 그에 대한 의사를 밝히라고 촉구한 것이다.

백악관 "비핵화 첫걸음인지 지켜볼 것" #여섯 문장 성명, '비핵화'만 7번 강조 #北진의 파악후 대화 물밑 조율 나설 듯 #지난해 9월 제네바서 최강일 만난 리비어 #"직면한 위험 인식,충돌 피할 대화 필요"

 백악관은 폐막식 참석을 위한 방한했던 새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논평’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비핵화로 가는 길의 첫걸음을 대변하는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 사이에도 미국과 세계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막다른 길임을 이해시키는 일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과 올림픽 주최국 한국, 국제 사회는 북한과의 어떤 대화의 결론도 비핵화여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북한 앞엔 보다 밝은 길이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여섯 문장의 짧은 성명에서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단어만 7번을 사용했다. 북ㆍ미 대화에 열려있음을 밝히면서도 북한과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를 압박하는 대화가 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저스틴 히긴스 미 국무부 아태담당 대변인도 기자에게 "우리는 통일된 대응을 위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이, 남북관계는 북핵 해결과 별개로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방카 보좌관의 폐막식 방한에 앞서 북ㆍ미 대화 원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만나자고 요청하면 만날 것이며 대화를 원한다고 하면 대화하지만, 타협은 없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합의할 때까지 협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대화를 요청하면 만나 대화한다는 데 개방적이지만 만나선 비핵화 압박만 할 것이란 뜻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북한의 북ㆍ미 대화 언급 가운데 가장 전향적인 발언”이라면서도 “미국으로선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를 대표자로 첫 북ㆍ미 회동을 시작할지 내부 검토와 양국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의 대화용의 표명엔 ‘비핵화’란 단어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양쪽이 생각하는 의제가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사전 조율이 어려운 과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창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가능성과 한·미 연합훈련 재개로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열릴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지난주 기자와 만나 "평창이후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하고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급속하게 충돌국면으로 갈 수 있다"며 "어떻게든 대화로 평창 휴전(truce)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신안보센터 소장은 “평창올림픽 도중 가까운 장래에 북ㆍ미간 의미 있는 직접 대화를 만들 만한 접촉이 있었는지는 의심스럽다”며 “만약 그런 게 없었다 해도 최소한 주요한 대표자들 사이의 직접 소통은 가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지난해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과 만났던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중앙일보에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건 놀랄 일이 아니다”며 “서로 얘기를 경청할 자세만 돼 있다면 최초의 탐색적인 북ㆍ미 회동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과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마음이 상해 막판에 철수하긴 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에 있을 때 양국이 만나기로 합의한 점을 기억해보라”며 “이미 북ㆍ미 양국은 회동의 원칙을 이미 정해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지난번 비밀회동 무산 이후 북한이 만날 준비가 됐다고 다시 천명할 만큼 적절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펜스 부통령이 복귀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있다고 밝힌 입장이 그대로라면 북ㆍ미 회동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전 조율과 관련해선 “두 나라는 서로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고, 서로를 상대하기 위해 신뢰하고 권위 있는 대표자를 테이블에 내보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얘기한 바로는 양국 모두 과거 협상의 실패와 우리가 직면한 위험한 상황에서 대결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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