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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쓸어버린 그날 밤에도...그녀들은 '엄·근·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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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한일전 승리 밤에도...그녀들은 '엄·근·진'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뉴스1]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뉴스1]

23일밤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 4강에서 일본을 연장 끝에 8-7로 꺾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드로우샷이 들어가자 온국민이 열광에 도가니에 빠졌다. 미국 타임은 "린지 본(미국 스키선수)은 잊어라. 평창올림픽 진짜 락스타는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날밤 강릉선수촌으로 돌아간 한국컬링여자대표팀 선수들의 일상은 평소처럼 똑같았다. 24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차분하게 훈련을 마친 김민정 감독은 "경기 전부터 한일전도 똑같은 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은 일본을 이겼다고 들뜨지 않았다. 한 산을 넘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숙소에서 간식 하나 먹고 잤다"고 말했다.

일본을 무너뜨린날 밤에도 '엄·근·진'이었다. '엄·근·진'은 네티즌들이 스킵 김은정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2시간30분 넘는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23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끝에 일본을 8-7로 꺾은 한국 김은정(가운데)과 김영미(오른쪽), 김선영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3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끝에 일본을 8-7로 꺾은 한국 김은정(가운데)과 김영미(오른쪽), 김선영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여자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이 상황을 전혀 모른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목인데다 행여 인터넷 포털사이트 악성댓글에 상처받을까 봐 휴대전화를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처럼 자신의 삶이 생중계되고 유명해진걸 오직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지난 21일 "김은정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미~'가 유행어가 됐다"는 말에 김영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말인지 모르겠다고했다.

선수들은 숙소에서 인터넷과 담을 쌓고 있다. mp3를 듣고 보드게임을 하며 휴식시간을 보낸다. 김초희는 알람 시계를 목에 걸고 다닐 정도다.

한국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 [중앙포토]

한국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 [중앙포토]

동그란 뿔테안경을 쓰고 카리스마를 뿜어내 '안경선배'라 불리는 스킵(주장) 김은정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은정이가 무표정하지만 마음이 굉장히 여린친구다. 본인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표현을 안하는것 같다. 부담감 속에서도 자신이 가질걸 다 발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은정 포커페이스 뒤에 아픔이 있다. 김은정은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의 실수로 탈락한 뒤 컬링을 그만두려했었다. 김민정 감독의 집에서 사흘간 선수들과 틀어박혀 건담과 레고를 조립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표팀은 폐막일인 25일 오전 9시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세계 5위 스웨덴과 결승전을 치른다. 경기가 끝난 뒤 이들이 휴대폰을 켜면 자신들이 록스타가 된 사실에 깜짝 놀랄거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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