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예협회 초대와 3대 이사장을 지낸 우죽(友竹) 양진니(사진) 선생이 22일 타계했다. 90세. 소전 손재형과 운여 김광업에게서 사사한 그는 80년 넘게 붓을 잡아 온 한국 서단의 큰 어른이었다. 1974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서예계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은 고인은 국회에 청원서를 내 대학에 서예학과를 신설하는 산파 구실을 했으며 73년 서울 인사동에 ‘우죽서실’을 만들어 수많은 서예인을 길러 낸 교육자로 평가받는다. 주요 작품으로 복원된 경복궁의 경성전·태원전·청휘문 현판 글씨 등이 있다. 2015년 서울 백악미술관에서 ‘미수(米壽)’전을 열며 “이제 글씨의 맥이 보이니 백수전(白壽展)을 열고 싶다”고 했던 선생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 자루 붓에 의지해 헤쳐 온 삶을 마감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옥희씨와 자녀 양웅준·성준·철호씨가 있다.
장례는 대한민국서예인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여의도성모병원, 장지는 경남 창녕군 광산리 선영, 발인은 25일이다. 3779-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