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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드 써도 외국에 돈 퍼줘' 500억 들여 결제 주권 독립 선언한 그 사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가 지난 8일 인터뷰를 마친 후 코나카드를 한손에 꺼내 들었다. 임현동 기자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가 지난 8일 인터뷰를 마친 후 코나카드를 한손에 꺼내 들었다. 임현동 기자

 “세계인의 손에 코나카드를 들리겠다.”

지난 8일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핀테크 기업 코나아이 조정일(56) 대표의 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코나아이는 지난해 연말 독자 기술로 만든 충전형 IC 카드인 '코나카드'를 출시했다.

결제 플랫폼을 비롯한 코나카드 개발에 500억원을 투자했다는 그는 “코나카드 결제 플랫폼은 100% 국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나카드 전에는 한국에 결제 주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89%(2015년 기준)에 달하는 한국이 결제 주권이 없었다니 이유가 궁금해졌다.

조 대표는 “국내 카드사들이 쓰고 있는 결제 플랫폼은 해외에서 들여온 것들이라 기술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코나카드 결제 플랫폼은 국내 기술로 개발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코나카드에 국제적으로 호환되는 결제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론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코나카드 개발 과정이 궁금했다. 조 대표는 “다국적 금융사와 비자 등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면서 글로벌 결제시장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호환되는 결제 플랫폼을 만들어 결제 서비스 사업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5년 동안 결제 플랫폼을 연구ㆍ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코나카드도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나카드의 글로벌 시장 개척 상황에 대해 묻자 조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코나카드는  국내 법에 묶여 해외에서 가맹점을 모집할 수 없다. 비자와 마스터카드처럼 해외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도 국내 규제에 묶여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가 8일 여의도에서 열린 인터뷰 중 화이트보드를 통해 간편결제 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가 8일 여의도에서 열린 인터뷰 중 화이트보드를 통해 간편결제 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 대표는 “외국환 거래법에 따라 금융기관만 해외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는데, 코나아이는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해외에서 가맹점을 모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리페이는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코나카드는 중국 지사를 베이징에 두고도 가맹점 영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핀테크 기업이나 전자금융기업도 해외 영업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나아이는 현재 20만명 수준인 코나카드 국내 사용자 확대와 함께 결제 플랫폼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 DBC뱅크와 결제 플랫폼 수출 계약을 맺었다. 조 대표는 “결제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만들어 신용카드와 충전형 카드는 물론이고 멤버십 카드에도 응용할 수 있다”며 “당분간 해외에선 플랫폼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나아이는 지난 12일 SPC그룹 기프트카드 서비스에 플랫폼과 IC 카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국제 호환 결제 플랫폼 새롭게 만들어
코나카드 발행으로 전자금융기업으로
충전형 IC카드...전 가맹점 0.2% 할인 
"충전금 이자 수익 할인 혜택으로 돌려"

조 대표는 스마트카드 업계에선 시장 개척자로 꼽힌다. 1998년 퇴직금 2500만원으로 코나아이를 창업한 그는 버스와 지하철을 통합한 '하나로 교통카드'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신용카드 등에서 사용하는 IC칩 생산과 스마트카드 사업으로 전향했다. 코나아이는 전 세계 금융사 등에서 쓰는 IC칩 3억개를 매년 공급하고 있다.

조정일 코나아이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정일 코나아이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랬던 그가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뛰어들어 포화 상태에 접어든 카드 시장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조 대표는 코나카드의 장점을 말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코나카드는 연회비 없이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0.2% 할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 사용자들이 코나카드 전용 계좌로 현금을 충전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고객 할인 혜택으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또한 “충전형 카드라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고, 소득공제 혜택은 체크카드와 동일하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코나카드는 스타벅스 30%, 탐앤탐스 15%, GS25ㆍ영풍문고ㆍH&Mㆍ빽다방 10% 등 브랜드 할인을 제공한다.

카드 개발 과정에서 웹 개발 디자인 회사를 합병해 디자인 경쟁력을 높였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코나카드의 색다른 디자인을 보고 카드를 선택했다는 글도 눈에 띈다. 카드 발급 과정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코나카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다음 카드 디자인을 고르고 주소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우편으로 카드가 발송된다. 앱을 통해 충전 금액과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IT기업은 물론이고 유통기업까지 뛰어든 전자결제 시장에 대한 그의 전망이 궁금했다. 조 대표는 “국제 규격과 호환되지 않는 간편결제는 미래를 내다보기 힘들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미국은 신용이 확실하지 않으면 신용카드를 발급해주지 않아 신용카드 보급률이 23%에 불과하다"며 "국내 카드 시장에서도 코나카드와 유사한 체크카드 사용률이 2014년 113조원에서 2016년 150조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전형 카드 시장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나아이가 그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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