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흐르는 「5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술로서기」「해방광주」「순대 꽃 당신」「민주만두」「보통노가리」「싸잡아김밥」「짭새구이」「파나마나파전」…장터에 내걸린 차림표엔 풍자의 기지가 번뜩인다.
잔디밭 한 모퉁이 「반전반핵」시위가를 개작한 격문이 나붙었다. 『제국의 양주가 이장터 페다고지에/할퀴고 간 주막에 위스키만 나부껴/민주의 생존이 핵폭주 전야에 섰다』(사범대 민주쟁취투쟁위원회) .
「양키가 싫어하는 통일막걸리」「양주타도 민주쟁취」상품선전(?)구호도 요란스런 가게마다 붐비는 발걸음이 말과 웃음꽂으로 피어나며 캠퍼스는 온통 흥겨운 분위기. 10일오후4시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 3천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서울대「5월제」가 개막됐다.
『광주의 민주영령들이여, 여기 서울대 「5월대동제」에 강림하소서.』
동아리 (서클) 연합회장학생의 개막선언에 이어 총학생회장이 개막선언문을 읽는다.
4일간 이어질 축제의 첫날 주제는 「광주항쟁계승」. 「지난해 선거직전 경찰에 빼앗겼다가 되찾은 윤전기로 만든 역사적 유인물」이라는 설명이 붙은 선언문 낭독이 끝난뒤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교문앞으로 몰려갔다.
『유세차…분단강요 미국귀신은 썩물러가라. 보통사람·보통시대 노가리귀신 다 물러가고 해방광주, 민중승리, 자주·민주·통일영령들이여, 어서와서 관악2만학우 굽어살피소서』 「민중해방」과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2개의 장승을 교문앞에 세우는 장승재건제. 이때 대운동장입구 언덕에선 마당패의 흥겨운 농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밤낮없이 터지던 최루탄연기를 한꺼번에 쓸어내듯 신명의 가락이 관악골짜기에 울리며 대학가 「축제의 5월」은 막이 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낭만과 젊음이 가득한 캠퍼스의 5월 한마당이었다. <민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