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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때문에 G20개최지를 오사카로 낙점한 아베 총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내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개최 도시를 오사카로 결정했다고 21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당초 오사카가 유력하게 검토됐다가, 올해들어 후쿠오카로 방향이 바뀌었다가 다시 오사카가 최종 낙점을 받게되는 흐름이었다.

닛케이 "아베가 원하는 건 일본유신회의 개헌 협력" #오사카 기반 보수적 일본유신회,개헌에 적극 자세 #"아베,여당만으로 국회처리시 '국민투표 부결' 우려" #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전경.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전경.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공식적으로는 “후쿠오카의 경우 각국 정상들과 수행원들,각국의 미디어 관계자들을 모두 수용할 숙박시설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정과정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오사카에서 G20를 개최하는 대가로 아베 총리가 원하는 건 국회 개헌 논의에서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협력을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개헌에 전향적인 일본유신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G20 개최지를 오사카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지난 9일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일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유신회는 오사카를 지역 기반으로 출범한 야당이다. 우리에겐 “위안부제도는 당시엔 필요했다”는 망언으로 유명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전 오사카 시장이 창당했지만 현재는 그의 측근인 마츠이 이치로(松井 一郎)오사카부 지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정계를 은퇴했다는 하시모토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일본유신회는 보수적인 정치색으로 야당들중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다.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중앙포토]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중앙포토]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말 하시모토 전 시장을 도쿄에서 따로 만나기도 했다. 이 때만해도 하시모토에게 G20 개최지에 대한 확답은 주지 않았다지만 결국 아베 총리의 최종 선택은 오사카였다.
2025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유신회와 오사카시는 G20를 개최할 경우 국제적 지명도가 높아져 박람회 유치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오사카에 주는 선물과 당근을 더할 나위 없는 묘수로 여겼던 셈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헌법개정을 위해선 (연립여당인)공명당에 더해 일본유신회가 필요하다고 총리는 항상 말해왔다”는 아베 총리 측근의 말도 전했다.
야당의 협조 없이 여당만으로만 개헌안을 국회에서 처리했다간 이후 절차인 국민투표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아베 총리의 판단이다.
아베 총리의 ‘맹우’로 불리는 정권의 2인자 아소 다로(麻生太郞)부총리가 자신의 출신지인 후쿠오카를 밀었지만 아베가 결국 오사카를 낙점할 수 밖에 없었던 데엔 '어떻게든 개헌논의에 야당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오사카가 아닌 후쿠오카에서 개최토록 한 것은 아소에 대한 배려의 성격이 강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개최지뿐만 아니라 개최 시기를 결정하는 데도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아베 정부가 현재 내년 6월말~7월초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닛케이는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직전 국제회의에서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여당의 선거 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란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회의 개최도시도,개최 시기도 아베 총리는 철저히 국내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개최도시 선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헌문제에서 일본유신회의 협력을 얻으려는 목적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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