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이 옛 소련의 UR-100과 유사하다고 영국의 군사전문매체인 제인스가 20일 밝혔다.
북한은 당시 화성-15형이 53분 동안 최대 고도 4475㎞, 사거리 950㎞를 비행한 뒤 동해상 목표 수역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이 데이터를 통해 화성-15형은 1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ICBM급 미사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 때 화성-15 미사일 4기를 선보였다. UR-100(SS-11 세고)은 옛 소련이 1967년부터 배치한 2단 액체 추진 ICBM이다.
제인스는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실러와 미국의 영상 전문가인 닉 핸슨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개발하면서 외부 지식과 기술, 하드웨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전했다.
제인스의 보고서는 “재원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이 외부 지원 없이 ICBM을 설계ㆍ개발하고 엔진 테스트를 실행하며 부품을 조립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실러와 핸슨은 북한과 옛 소련 미사일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은 중국이나 이란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 아니라 옛 소련 기술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연구진에 따르면 화성-15형의 크기와 모양은 UR-100과 비슷하다. UR-100은 길이가 17m이며, 화성-15형은 22m 가량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은 화성-15형의 엔진은 옛 소련이 1965년 처음 제작한 RD-250 미사일 엔진과 같다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는 “옛 소련의 붕괴 이후 상당수 미사일 연구진이 북한에 건너가 관련 기술과 도면을 넘겨줬다”고 말했다.
제인스의 닐 애시다운 부편집장은 “UR-100 미사일 계열과 RD-250 엔진은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다”며 “북한이 온라인을 포함해 다양한 출처를 통해 관련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시험 발사 이전에는 화성-15형 관련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화성-15형이 주요 부분에 있어 북한의 이전 미사일과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이는 북한이 다양한 탄도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또 보고서는 북한이 신형 액체추진 장거리미사일을 추가로 개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