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장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결국 백지선 감독도 울었다

백지선 대한민국 아이스하키팀 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자 예선 플레이오프 대한민국 대 핀란드의 경기에서 5대2로 패배를 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늘 자신만만하던 백지선(51)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감독도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세계 21위 한국은 20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핀란드(4위)와의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플레이오프에서 2-5로 졌다. 점수 차는 3점이었지만, 2피리어드 브락 라던스키와 안진휘의 연속골로 2-3까지 추격했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릴 때까지 핀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대형 태극기를 들고 링크장을 한 바퀴 돌았다. 백지선 감독도 이 때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백 감독은 "한국 사람이라면 그 장면을 보고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핀란드와 경기에서 2 대 5로 패한 한국 골리 맷 달튼(오른쪽) 박우상(왼쪽) 등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은 고대했던 올림픽 첫 승을 끝내 신고하지 못하고 최하위(12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강릉=연합뉴스]

2014년 7월 대표팀에 부임한 백지선 감독은 '하키 변방' 한국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으로 성장시켰다. 백 감독은 "4년 동안의 긴 여정이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갖고 정말 열심히 뛰어준 것 같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백 감독은 "덴마크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웃었다. 한국은 15~18일 열린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체코(1-2), 스위스(0-8), 캐나다(0-4)에 잇달아 졌다. 한국은 처음 참가한 올림픽을 4전 전패, 최하위(12위)로 마무리했다.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예선 대한민국 대 핀란드의 경기. 백지선 감독(왼쪽) 등 대표팀 코치진이 울먹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사실 세계 21위 한국이 10위권 이내 팀들을 상대로 8강에 오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0-8로 대패한 스위스전을 제외하고는 상대 팀도 놀랄만큼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실점을 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를 괴롭혔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에 고전한 체코의 요세프 얀다치 감독은 "한국이 정말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며 놀라워했다. 마지막 핀란드전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때보다 훨씬 나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백지선 감독은 "올림픽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경험을 얻었다. 이제 선수들은 세계 어느 팀과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 정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