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보조금 없으면 문 닫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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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70여만 명이고, 민주노총과 함께 한국 노동계의 양대 조직이다. 하지만 한국노총 본부는 지난달 본부직원 145명분의 임금을 체불했다. 국고 보조금이 늦게 나와서다. 지난 6일 보조금을 받아 해결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7,8월에도 국고 보조금 지원이 늦어져 체불했었다.

본지가 입수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지역조직 실태 및 활성화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노총 16개 지역본부의 2004년 예산은 65억62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중 62%인 40억3900만원은 지자체로부터 받은 지원금이다. 또 지역본부 직원 45명 중 10명은 노조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임금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은 조합비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원금 없으면 간판도 못 내건다"=한국노총 강원도 본부의 2004년 예산은 10억9405만원이다. 강원도 본부는 이 중 91%인 10억원을 지자체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대전본부는 예산의 79%인 1억5000만원이 지자체 보조금이다. 한국노총의 16개 지역본부 중 예산에서 지자체 지원금의 비중이 50% 이하인 곳은 울산(25%).경남(29%).경북(42%).제주(33%) 등 네 군데에 불과하다.

지역본부 산하 지부들의 보조금 의존도도 평균 43%였다. 대구 달성지부의 경우 5446만원의 예산 중 97%인 5300만원을 지자체로부터 받았다. 충주(85%)-구미(83%)-북부영주(74%) 등도 지자체 의존율이 절대적이다. 보고서는 "지원금이 없으면 사무실 간판조차 유지하지 못할 조직이 다수"라며 "노조가 지자체에 로비를 해 '덩치 큰 지원금'을 타내려고 판단하기 쉽고, 이는 노조활동의 기본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 투쟁 비용도 국고에서=한국노총은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반대 투쟁단으로 노조원 11명을 보냈다. 이들의 활동비 1488만원은 정부 보조금인 국제교류활동비에서 나왔다. 노조의 투쟁 자금까지 정부 보조금을 사용한 것이다. 2005년 한국노총 본부가 사용한 돈은 총 65억4300만원이었다. 이 중 48.5%인 31억7500만원이 국고 보조금이었다. 이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복지센터 건립지원비(77억원)와 중앙교육원 리모델링 공사비(30억원)는 제외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은 지난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게 건물임대료 10억원뿐이었다. 노조의 사업과 운영에 필요한 돈은 자체 조합비로 해결했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투쟁 비용까지 국고로 충당한 것은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우려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노조가 대신해 주는 성격이 강한 사업들에 대해 국고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 방만한 운영이 있다면 이를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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