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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목마' 비례대표 3인방의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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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바른미래당, 마음은 민주평화당’인 비례대표 3인방(박주현ㆍ이상돈ㆍ장정숙 의원)의 운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상돈(왼쪽부터)·장정숙·박주현 의원 등 국민의당 비례의원 3명이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돈(왼쪽부터)·장정숙·박주현 의원 등 국민의당 비례의원 3명이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3인방은 지난 19일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교섭단체에 참여하는 걸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출당 조치를 거부하자 낸 강수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국민의당은 유권자의 기대와 민의를 무시하고 소속 의원은 물론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 한 번 제대로 묻지도 않은 채 보수 합당의 길을 선택했다”며 “이에 우리는 국회법 제33조에 따라 교섭단체 등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회의장 제출 서류의 연서ㆍ날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서는 민평당을 통해 배포됐다.

바른미래당 "후안무치한 행위…자진사퇴 권유"

비례대표 3인방은 국민의당 분당 과정 때부터 민평당 합류 의사를 피력해왔다. 바른미래당 행사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고, 민평당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국회법상 자진 탈당을 할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바른미래당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평당 내에서도 ‘트로이의 목마’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성명서에서는 ‘볼모’라는 표현을 썼다. “바른미래당은 정치적 노선과 철학이 확연히 다른 우리 비례대표 국회의원 3인을 더 이상 볼모 삼지 말고, 조속히 정치적 해법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당을 옮겨서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출당’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이상돈(왼쪽 두번째)·장정숙(왼쪽 세번째)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이상돈(왼쪽 두번째)·장정숙(왼쪽 세번째)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은 이들 3명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의원 수가 27명으로 교섭단체로 등록 요건(의원 20명 이상)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출당은 불가하다는 게 당 지도부의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표는 “정치로서 양식과 품위를 저버린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정당의 뜻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떠나야지 의원직은 욕심을 내면서 교섭단체 구성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비례대표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화하고, 거부하는 행위”라며 “자진 탈당이나 사퇴를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들 3명의 거취는 바른미래당이 창당할 때부터 논란이 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의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표를 주셔서 당선된 것이지 개인의 것이 아니다”며 출당 요청을 일축해왔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조배숙 민평당 대표의 선례를 예로 들며 이들 3인방 의원들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2003년 12월 민주당 비례대표였던 조 대표는 열린우리당 합류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반면 민평당 측은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으로 나눠진만큼 당적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병완 민평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민의당이 두 당으로 나눠진만큼 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따라 어떤 당을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평당은 이들 의원 3명이 합류하면 의원수가 17명으로 늘게 된다. 게다가 거취를 밝히지 않는 박선숙 의원 등의 추가 합류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교섭단체 거부에 대한 결론은 국회 사무처가 결정하게 된다. 비례대표들이 교섭단체 거부를 거절하는 전례가 없는 만큼 사무처도 고심 중이다. 다만 국회 사무처에서 발간한 국회법 해설서에는 "의원수가 20인 이상인 정당에 소속된 의원은 교섭단체 가입 여부를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며 "당적을 유지한 채 교섭단체만을 탈퇴하거나 탈당하였음에도 교섭단체 소속 의원으로 남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으로부터 서류가 접수되면 내부 논의를 거쳐 처리 방법을 결정하겠다"며 “과거 사례부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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