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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티어 유도하며 스포츠 주행 성능 테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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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8 올해의 차 결선 진출 차량. 변선구 기자.

중앙일보 2018 올해의 차 결선 진출 차량. 변선구 기자.

지난 10, 11일 이틀간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앙일보 ‘2018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이하 COTY)’ 최종심사가 열렸다.
심사위원들은 크게 4군데의 주행로에서 차량을 심사한다. 일단 차량 실내·외 디자인과 엔진룸 배치를 평가하는 정차심사를 진행한다. 차량을 개발·마케팅하는 담당자들은 이곳에 참석해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즉석 답한다.

지난 2월 10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2018 올해의차 결선에 오른 차량의 엔진룸을 살펴보고 있는 COTY 심사위원들. [사진 오토뷰]

지난 2월 10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2018 올해의차 결선에 오른 차량의 엔진룸을 살펴보고 있는 COTY 심사위원들. [사진 오토뷰]

이후 U자형 840m 구간에서 슬랄롬·제동력을 평가하는 종합주행로 심사를 진행한다. 빨래판로·장파형로·모형로·포트홀 등으로 구성된 특수내구로심사로 이어진다. 시속 150km 안팎으로 빠르게 주행하면서 차량 성능을 테스트하는 고속주행로심사를 마치면 최종심사가 끝난다.

올해의차 결선 진출 차량.

올해의차 결선 진출 차량.

심사위원단은 다양한 차로에서 14대의 차량을 시승하면서 한계성능을 테스트했다. 때론 주행안전보조기능을 모두 해제하고 차를 몰았고, 때론 특정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다소 과격하게 차를 다루기도 했다.
심사위원과 자동차는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주로 기온이 낮은 2월께 최종심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COTY 심사에서는 유력한 후보 차종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수상을 못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올해 추위를 뚫고 COTY에서 경쟁자들을 제친 차량은 기아차 스팅어였다. 8자형 원형주로에서 50km 속도로 달리면서 오버스티어(oversteer·스티어링휠을 돌린 각도보다 차량의 회전반경이 작아지는 현상)를 유도하던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은 “기아차 스팅어의 오버스티어는 움직임이 급하지 않고 운전자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어 스포츠 주행의 재미를 준다”고 평가했다.
양정호 심사위원(한국타이어 연구원) 역시 기아차 스팅어로 고속주행로를 주행한 뒤 “타이어가 노면을 쥐어 차체가 노면에 붙어가는 느낌과 노면의 불필요한 특성을 배제한 승차감은 독일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내가 스팅어를 개발했다면, BMW 5시리즈와 고속주행 비교 시승 이벤트를 마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모터쇼에 참가한 기아차 스팅어를 선보였다. [사진 기아차]

뉴욕모터쇼에 참가한 기아차 스팅어를 선보였다. [사진 기아차]

국내 최장수·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중앙일보 COTY를 거머쥔 스팅어는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스팅어는 '유럽 올해의차'에서 6개 최종후보 중 하나에 올라있다. 6개 후보 중 비(非)유럽브랜드는 기아차 스팅어가 유일하다. 유럽 올해의차는 오는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최종 결정된다.
'세계 올해의차'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10개 차종이 최종 후보인데, 유럽 브랜드 6개, 일본 브랜드 3개와 함께 기아차(스팅어)가 이름을 올렸다. 세계 올해의차는 오는 4월 미국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한다.
스팅어는 북미 올해의차 평가에서도 승용차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비록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발표한 최종 수상은 혼다 어코드가 수상했지만, 스팅어는 도요타 캠리와 함께 단 3대뿐인 승용차 최종후보였다. 기아차가 북미 올해의차 최종 후보 단계까지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의 차

올해의 차

심사위원들은 중간 휴식시간에도 자동차 산업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유지수 심사위원장이 “한국GM의 부평·창원·군산공장 생산성을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GM이 한국 공장 폐쇄를 운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지적하자, 이남석 심사위원(중앙대 교수)는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즉석해서 제안했다.
이어진 오후 심사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자동차의 본질적인 모습을 최대한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콤포트(comfort)부문상을 수상한 BMW 5시리즈는 한계주행과 일반주행에서 성능이 180도 돌변했다. 김재우 심사위원(쓰리세컨즈 대표)은 “직선주로에서 스티어링휠을 조작할 때는 주행조작성이 다소 굼떴다. 하지만 급회전로에서 한계주행을 테스트하자 갑자기 선회력이 스포츠카 수준으로 민첩해지면서도 안정성을 놓치지 않았다”며 “BMW 5시리즈의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차량”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중앙일보 올해의차 심사 이미지컷. [중앙DB]

경기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중앙일보 올해의차 심사 이미지컷. [중앙DB]

퍼포먼스 부문은 스팅어(8.01점)가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그랑프리 수상 차종은 부문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아우디 R8 V10플러스 쿠페(6.91점)가 퍼포먼스 부문상을 받았다. 아우디 R8과 기아차 스팅어를 비교시승한 김재우 심사위원은 “스포츠카는 예민하게 다뤄야하는 차와 과격하게 다뤄야하는 차가 있는데, 아우디 R8은 후자에 가깝다”며 “출력(610마력)은 만족스럽지만 선회력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고 봤다. 제네시스 G70(6.37점)과 BMW 5시리즈(6.07점)도 미세한 차이로 퍼포먼스 부문상을 놓쳤다.
디자인 수상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쿠페는 안락하고 부드러운 주행성능이 돋보였다. B필러(앞뒤문 사이에서 차량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를 제거한 디자인으로 운동성능을 강조한다. E클래스와 함께 디자인 받은 제네시스 G70은 스팅어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했다. 하지만 주행감각은 크게 이질적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김기태 오토뷰 PD는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했지만 스팅어는 스포티한 성능을 최대한 끌어냈고, G70은 고급스러운 승차감에 집중했다”며 “같은 플랫폼으로 이만큼 색깔이 다른 차를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기술이 향상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의 차(COTY) 역대 수상작

올해의 차(COTY) 역대 수상작

COTY는 전통적으로 디자인부문에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각각 선정했다. 국산차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있다.
주행시 승차감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콤포트부문은 BMW 5시리즈(6.30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재우 심사위원은 “한계성능에 다다르면 BMW 5시리즈 특유의 민첩한 성능과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티부문에서는 볼보 XC60(9.76점)가 1등이다. XC60은 이스라엘 모빌아이가 개발한 센서·카메라를 적용한 첨단 안전사양(인텔리 세이프티)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럭셔리부문에서는 마세라티 기블리가 최고 점수(7.43점)였다. 마세라티의 주력 차종 기블리는 이탈리안 특유의 개성있는 인테리어가 고급감을 준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올해의차 심사를 마치고 유지수 심사위원장(국민대 총장)은 “심사위원들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방식은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COTY 선발 과정을 다음달 18일 다큐멘터리로 방송할 예정이다.

‘올해의 차’ 부문별 수상 차량

‘올해의 차’ 부문별 수상 차량

◇올해의차 심사위원 = 유지수(심사위원장·국민대 총장), 강병휘(프로레이싱 드라이버), 구상(국민대 교수),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김기태(오토뷰 PD), 김재우(쓰리세컨즈 대표), 김동륜(금호타이어 연구원), 김태완(완에디 대표), 문희철(중앙일보 기자), 양정호(한국타이어 연구원), 이남석(중앙대 교수), 이원일(솔라이트인디고레이싱팀 드라이버), 임유신(에보코리아 편집장), 장진택(카미디어 기자), 허승진(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장)
화성 = 박태희·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2018 중앙일보 올해의차 심사현장 #종합주행로에서 슬라럼·제동력 평가 #심사위원, 휴식시간에도 열띤 토론 #"COTY 평가 방식, 자동차 산업 발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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