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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 개점휴업...논의 뒷전인 민생 법안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있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퇴장해 회의가 파행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있는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퇴장해 회의가 파행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의 ‘국회 보이콧’ 대치가 10일 넘게 지속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법사위 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7일 국회 파행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후 예정된 상임위 법안심사를 보이콧해 맞불을 놨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통화에서 “민주당과 이야기해봐야겠지만 아직 국회 의사일정 논의를 위한 회동은 예정돼 있지 않다”며 “민생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알지만, 법사위 보이콧으로 인한 국회 파행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하는 게 우선이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하거나 시급히 논의해야 하는 법안들이 있다는 점이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이하 가축분뇨법)의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으면 축산농가의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미허가 축사를 보유한 농가 6만190호 중 15.6%인 9425호만 적법 판정을 받았다. 축산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친 채 농성 중이다.

2014년 3월 개정된 가축분뇨법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가축분뇨의 무분별한 배출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가축분뇨와 관련 없는 건축법, 하천법 등 26개의 법률을 충족해야 정부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은 ‘과잉규제’이자 ‘기본권 침해’라며 법 시행을 3년 더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62개 축산농장주는 현대화된 가축분뇨 처리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축사를 '무허가'로 규정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지난 2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국축협운영협의회 제공]

262개 축산농장주는 현대화된 가축분뇨 처리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축사를 '무허가'로 규정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지난 2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국축협운영협의회 제공]

여야의 입장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법 시행에 앞서 지자체와 축산농가들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데 AI와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지 못했고, 법률 자체에도 미비점이 있다”며 유예 기간 연장을 주장했다.

반면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가축 분뇨 냄새를 맡고 사는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한데 무조건 3년을 더 연장해주는 건 곤란하다”며 “축산농가들이 허가를 받기 위한 노력을 담은 이행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하면 거기에 필요한 시간 정도는 행정지침을 통해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정리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또 다음달 2일부터 6ㆍ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시ㆍ도의원 등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광역의원들의 정수와 선거구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회의가 19일 예정돼 있지만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헌정특위 한국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광역의원 정수가 가장 큰 쟁점”이라며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예산 집행의 근거가 되는 아동수당법,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아동수당법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또 기초연금법ㆍ장애인연금법은 기준 연금액을 2018년과 2021년 각각 25만원과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각 부처의 행정 업무도 차질을 빚게 된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일명 선행학습 금지법) 의 개정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초등 1,2학년에 대한 방과후 학교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이 법안은 2014년 3월 제정됐지만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반발로 적용 시기를 3년 유예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이 법 시행에 부정적이지만 2월 국회가 공전하면서 개정안 논의에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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