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송혜교→최지우→손예진 그리고…‘봄의 왈츠’의 한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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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변선구 기자]

이 낭자, 씩씩하다.

데뷔 1년차에 연기 경력이라곤 시트콤 하나에 영화 한 편이 전부지만, 드라마 주연을 떡 하니 꿰차고 순항을 시작했다. 한효주(19).

'겨울연가'의 거장 윤석호 감독의 사계절 시리즈 마지막인 '봄의 왈츠'(KBS-2TV 월화드라마)에서 그녀의 모습은 윤 감독이 주문한 "밝고 귀엽고 순수하면서 사랑스럽고 씩씩한"그대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 생기발랄한 봄 처녀를 만났다.

"연기를 하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아직 부족한 게 많거든요. 하지만 계속 부딪치면서 앞으로 가려고 해요. 제가 원했던 것이니까요."

녹차 라테가 담긴 찻잔을 어루만지며 말하는 품새가 단정하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낮에는 김밥을, 밤에는 트럭 좌판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낙천적인 소녀 박은영. 전남 완도군 청산도의 노란 유채꽃, 신안 비금도 하누넘 해수욕장의 하트 모양 해변, 그리고 왈츠의 고장 오스트리아의 눈 덮인 풍광은 그녀의 풋풋한 연기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여주인공 예정자의 도중 하차로 고민하던 윤 감독의 고민과 도박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갑자기 윤 감독님과 미팅이 잡혔어요. 대본을 읽어 보라고 하시더니 다음날 연락이 왔어요. 같이 하자고. 그게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4일 전이었어요."

송혜교('가을동화'), 최지우('겨울연가'), 손예진('여름향기') 등 전작 시리즈의 여주인공을 맡은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잇는다는 부담은 없었을까.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씩 웃는다.

"다들 그 질문을 하세요. 하지만 전 그저 이 '봄의 왈츠'에 충실하고 싶어요. 다른 작품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저'거든요."

함께 연기하는 다니엘 헤니는 항상 여유있고 장난기가 많아 편하고, 극중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서도영 역시 밝고 명랑해 말이 통한다면서 촬영장 분위기를 전한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이 청주 아가씨는 어느 날 문득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불쑥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에 나갔고, 엄청난 경쟁을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이 결과를 근거로 공무원인 부모님을 설득했다. 난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분당 고모집으로 이사를 했고, 학교를 옮겼고,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2005년 동국대 연극영화과 입학 후 소속사에 "일단 1년은 대학 생활에 충실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섭외에 그해 여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신세대 스타들은 한 번쯤 거쳐간다는 시트콤 '논스톱5'에 이어 영화 '투사부일체'의 비중 있는 조연('투사부일체'는 관객 610만 기록으로 역대 흥행 7위에 올랐다.), 그리고 SBS-TV '생방송 인기가요'진행자까지.

"제가 사실 튀는 스타일은 아니라 딱히 보여드릴 게 없어요. '논스톱' 때도 고민을 많이 했죠. 대신에 뭘 시키면 상대방이 기대한 것보다 더 잘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연기도 그렇고, 진행도 그렇고. 그 덕분에 일이 잘 풀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를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뭘 그려도 연출자의 의도대로 가능하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요즘은 연기 공부에 한창이다.

"며칠 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봤거든요. 주인공 연기를 가만히 보니 젊었을 때와 나이 들었을 때의 목소리 톤이 다르더라고요. 특히 자기가 오해했음을 알고 망연자실하는 여주인공의 연기에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연기란 바로 저런 거야 하고 새삼 깨달았죠."

그는 좋아하는 배우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이나영을 꼽았다. "순수하고 맑고 무엇보다 자유롭잖아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보는 사람이 다 편안한, 저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글=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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