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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TALK]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관심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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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 기념촬영   [강릉=연합뉴스]

팀 코리아 기념촬영 [강릉=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은 이미 개막했지만, 백지선(51)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일에야 강릉 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첫 경기가 15일(체코)에 열리는 탓입니다. 남자 대표팀은 11일 오후 3시 30분 강릉 선수촌에 도착했고, 오후 7시부터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첫날부터 강행군을 펼쳤는데요. 12일 오전에도 한 시간 가량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3일부터 인천과 안양에서 네 차례 평가전을 치렀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카자흐스탄과 3일(1-3)과 5일(3-0) 경기를 치렀구요. 8일과 10일에는 올림픽에 나서는 슬로베니아(1-2)와 러시아(0-8)를 차례로 상대했습니다. 평가전 결과는 1승3패.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입니다.

한국은 올림픽에 출전한 12개국 가운데 세계랭킹이 21위로 가장 낮습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의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입니다. 아이스하키는 국가간 전력차가 큰 종목 중에 하나입니다. 세계랭킹 차이가 큰 팀을 상대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습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지선(50)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아이스하키가 4월 29일 우크라이나 세계 선수권 2부리그에서 준우승했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한국이 사상 처음 월드챔피언십에 승격했다. [사진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백지선(50)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아이스하키가 4월 29일 우크라이나 세계 선수권 2부리그에서 준우승했다. 그간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한국이 사상 처음 월드챔피언십에 승격했다. [사진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하지만 한국은 2014년 백지선 감독 부임 이후 기적을 써내려갔습니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2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탑디비전 진출을 확정지었는데요. '키에프의 기적'이었습니다. 당시 남자 대표팀을 향한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특히 '하키 변방' 한국을 세계 중심으로 끌어올린 백지선 감독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백 감독을 2002년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하며 '백딩크'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구요. 심지어 '한국에는 백지선 감독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쓴 매체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채널원컵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세계 1위)-핀란드(4위)-스웨덴(3위)와 만나 전패를 당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주눅들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정작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백지선호에 쏟아졌던 관심이 식어버린 느낌마저 듭니다. 앞선 평가전에서의 부진 때문일 수도 있구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남북 단일팀이 구성이 확정되고, 북한 선수들이 단일팀에 합류하면서 모든 시선이 단일팀 쪽으로 쏠렸습니다. 관심의 척도를 경기장을 취재하는 매체의 숫자로 판단할 수도 있는데요. 남자 대표팀의 4차례 평가전을 취재한 국내 매체는 매 경기 5곳을 넘지 않았습니다.

정작 백지선 감독과 선수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합니다. 백지선 감독은 "단일팀은 많은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단일팀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게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도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자 대표팀 간판 공격수 조민호는 "여자 대표팀 선수들도 몇 년 전부터 계속 올림픽만을 준비해 왔다. 누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떠나 우린 우리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요.

평창올림픽을 위해 지난 4년간 누구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린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입니다. 이번 올림픽 무대에 한국보다 약한 팀은 한 팀도 없습니다. 무척이나 어려운 도전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남북 단일팀'보다 더 말입니다.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일정
15일 오후 9시10분 체코
17일 오후 4시40분 스위스
18일 오후 9시10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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