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적사항 공개는 위법" 첫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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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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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로 간주해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9일 처음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95명이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병무청의 처분에 반발해 낸 소송에서 이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인적사항 공개 취지는 병역의무 기피를 막고 성실한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여지가 없어 공개의 실익이 없는 경우까지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는 건 재량권 남용"이라고 봤다.

법원은 "인적사항 공개는 원래의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로지 원고들에게 사회적 불명예와 고통을 가하는 처벌수단으로만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2016년 12월 병역법 조항을 근거로 총 237명의 인적사항을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포함됐다.

2014년 신설된 병역법 제81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검사나 입영·소집을 거부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병무청 사이트에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을 낸 병역거부자들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지만, 민간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사람을 '병역기피자'로 낙인찍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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