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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시대 선도하려면…정부 정책 바꾸고, 입법화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General Motors (GM) 제너럴 모터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량 내부 모습. 핸들이 없다. [사진 GM홈페이지]

General Motors (GM) 제너럴 모터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량 내부 모습. 핸들이 없다. [사진 GM홈페이지]

#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넥쏘·3대)와 제네시스의 준대형세단(G80·2대)은 지난 2일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약 190㎞ 구간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이날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공해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전기차를 이용해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KPMG,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발표 #한국, 조사대상 20개국 중 10위 #정책·제도 분야 평가 낮아 #기업 평가 부문에서는 호성적

General Motors (GM) 제너럴 모터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량 내부 모습. 핸들이 없다. [사진 GM홈페이지]

General Motors (GM) 제너럴 모터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량 내부 모습. 핸들이 없다. [사진 GM홈페이지]

# SK텔레콤은 지난 5일 경기도 화성 자율주행실험단지(K-시티)에서 2대의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 차량들은 K-시티에 구축한 5G망을 기반으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자율적으로 주행했다. SK텔레콤과 KT는 서로 “자사가 세계 최초로 5G망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 정보를 주고받으며 운행했다”고 주장한다.

자율주행차3

자율주행차3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한국도 차곡차곡 기술과 경험을 쌓고 있다. 일부 자동차·정보통신(IT)기업은 이미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4단계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특정 조건에서 차량의 속도·방향을 통제하는 수준이다. 겨울올림픽 기간 평창 시내에서 자율주행차도 운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경쟁국에게 뒤져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인터내셔널이 지난 5일 발표한 '자율주행차 준비지수(AV Readiness Index)' 평가 결과다.

이 평가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의 위상은 조사대상 20개국 중 10위(20.71점)에 불과했다. 자동차 산업 관련 평가에서는 다소 생소하게도 아랍에미리트(UAE)나 뉴질랜드보다 한국 순위가 더 낮다. 기업을 평가한 항목에서는 대체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를 평가한 일부 항목에서 평균 이하점을 받으면서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KPMG인터내셔널이 이번 평가를 위해 집계한 항목은 총 26가지다. 이 중 한국이 가장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항목은 정책·제도분야(6.78점·14위)다. 정책·제도 분야에서도 가장 점수가 낮은 부분은 입법부의 효율성(3.42점·18위)이었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법제도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멕시코(19위)·브라질(20위)만큼 뒤져있다는 의미다.

또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이 기존 규제와 마찰을 일으킬 때 이를 쉽게 개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법률 체제(3.39점·17위)도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자율주행 선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의 변화 수용력(14위)도 경쟁국 대비 뒤떨어졌다.

순위가 낮은 지표들은 정부 정책과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중국 등 경쟁국가보다 전기차 정책을 본격 추진한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번 평가에서도 ^내수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율(플러그인하이브리드포함·2016년 국제에너지기구 기준·0.34%)이나 ^100km당 전기차 충전소 개수(2.001개)가 선진국 대비 다소 부족했다.

또 한국은 ^도시 인구 대비 우버(차량호출 서비스) 가입자수 비율에서 거의 꼴찌(20%·19위)였다. 한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자율주행차 시대에 걸맞도록 정책·제도를 가장 잘 갖춘 국가는 싱가포르(1위)였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자율주행차 기반시설 투자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책·제도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다. 뉴질랜드(2위)·네덜란드(3위)도 적절한 정책·제도를 보유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주로 기업들을 평가하는 분야에서 한국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 분야는 가장 앞선다는 미국과 동등하다는 평가(7점·공동1위)를 받았고, 인구 100만 명당 자율주행관련 특허취득건수는 일본에 이어 2위다. 산학협력도 우수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평가다. 제반시설을 평가하는 세부항목 중 하나인 '국가에서 4G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의 비중(96%)'에선 일본(93%·2위)·미국(87%·3위)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의 자율주행 역량을 KPMG인터내셔널이 대체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GPS 수신이 어려운 터널 구간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GPS 수신이 어려운 터널 구간을 통과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물론 한국 정부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부분도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지원에 비교적 후한 편이다. 또 정부 산하에 자율주행차 전담 부서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정부 관련 지표 몇 가지만 개선한다면 한국이 자율주행차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넥쏘 주요자율주행부품 장착위치. [사진 현대차]

넥쏘 주요자율주행부품 장착위치. [사진 현대차]

김효진 삼정KPMG 인프라스트럭쳐부문 총괄은 “공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무인 자율주행 셔틀서비스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버 자율주행차.

우버 자율주행차.

소비자수용성(11위·4.38점)도 다소 개선할 부분이다. 김효진 총괄은 “공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무인 자율주행 셔틀서비스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7 CES에서 자율주행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사진 현대차]

2017 CES에서 자율주행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사진 현대차]

한편 이번 평가에서 1위는 네덜란드(27.73점)가 차지했다. 싱가포르(26.08점)·미국(24.75점)·스웨덴(24.73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은 11위(20.28점)과 중국은 16위(13.94점)은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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