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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위해 … 78세 펠로시, 10㎝ 하이힐 신고 8시간7분 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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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의 드리머(DREAMers)들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란 잔인한 구름 아래에 있습니다.”

미국 내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드리머’ 법안 입법 필요성 호소 #109년 만에 하원 최장 기록 바꿔

‘드리머’를 구하기 위해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8시간7분 동안 마라톤 연설을 펼쳤다. 미 하원 역사상 최장 기록이다. 드리머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이민 온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7일(현지시간) 펠로시 원내대표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 이른바 ‘다카(DACA)’를 대체할 수 있는 일명 ‘드리머’ 법안 입법을 촉구하며 이런 마라톤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7일 미국 하원에서 8시간 넘는 연설을 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로이터=연합뉴스]

7일 미국 하원에서 8시간 넘는 연설을 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78세인 펠로시는 10㎝ 넘는 하이힐을 신고 꼿꼿하게 선 채 드리머를 위한 연설을 펼쳤다. 중간중간 물로 조금씩 목을 축였을 뿐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10분쯤까지 8시간 넘게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WP는 “앉지도, 화장실에 가지도 않은 채 연설한 그가 단상에서 내려오자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의 연설은 1909년 챔프 클라크 당시 원내대표(민주당)가 5시간15분 동안 연설한 기록을 깬 것으로, 당시 클라크는 관세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단상에 올랐었다. 미국 하원에선 의장·원내대표 등에게 연설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는 연설 시간 대부분을 다카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받는 청년들, 즉 ‘드리머’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파하는 데 썼다.

이를 위해 어린 나이에 미국 땅을 밟은 후 이 나라에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미국 시민이 되려는 청년들의 사례를 수없이 들었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부탁해 수집한 자료였다.

또 중간중간 성경 구절도 인용했다. 핵심은 이들에게 합법적인 미국 시민권을 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 언론과 SNS에서는 이를 두고 의사진행방해를 의미하는 ‘필리버스터’에 빗대 “다카버스터(다카 입법을 위한 필리버스터)”라 칭하고 있다.

다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이를 폐기한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할 입법의 시한으로 오는 3월 5일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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