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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에 최휘 포함...北, 안보리 제재 완화까지 노리나

중앙일보

입력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 위원장. [중앙 포토]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 위원장. [중앙 포토]

 정부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해 한·미 독자 제재를 잇따라 유예한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상 예외 인정을 추진하고 있다. 안보리 제재 대상이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되면서다.

북한이 7일 통보한 대표단의 일원인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56호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당시 그의 직책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다. 2356호는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아닌데도 안보리가 북한을 제재한 첫 사례다.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때문이었다. 당시 고강도 경고의 의미로 이례적으로 핵·미사일 개발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북한 간부들도 대거 제재했고, 최휘도 이런 맥락에서 포함됐다.

안보리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자산 동결은 물론이고, 여행도 금지된다(travel ban). 회원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되고, 회원국 내에 있으면 즉시 출국해야 한다. 최휘의 한국 입국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예외 인정을 추진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리 결의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대한 예외 인정이 가능할지 미국,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제재위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유권해석 권한과 면제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 25항은 ‘제재위가 관련 결의의 목표와 일치하는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필요한 면제라고 결정하는 경우 어떤 활동도 사안별로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관련 결의의 목표와 일치하는 어떤 다른 목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다. 제재위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안보리가 그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들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규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또 현존하는 북한 WMD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반도 상황을 평화적·외교적·정치적으로 해결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중 어떤 부분을 예외 인정이 가능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안보리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 재무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한국 제재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원론적으로는 입국에 문제가 없지만, 미국과의 사전 협의가 우선돼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여정이 제재 대상에 오른 사유가 인권 문제라는 점이 미국으로서는 예민하다. 국무부는 지난해 1월 김여정을 명단에 올리며 “선전선동부(제재 당시 김여정의 소속 부서)는 검열을 주관하는 부서로, 억압적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북한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탈북자들까지 직접 만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압박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각시키는 가운데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에 올린 김여정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참가하는 평창 올림픽에 오는 것이다. 북한이 제재 완화와 한·미 간 이견을 동시에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독자 제재에 이어 유엔 안보리 제재 상 예외 인정까지 검토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평창 올림픽에 한해 한시적인 예외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선례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예외를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가장 강력하고 권위 있는 안보리 결의까지 손을 대게 된다면 국제사회에 제재 체제 자체가 느슨해진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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