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연극 3편 동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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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기독교를 주제로한 3편의 연극이 잇달아 공연돼 눈길을 모은다. 극단 로열 시어터의 『금관의 예수』(5월10일까지 삼일로 창고극장), 극단 홍익의 『에덴야화』(5월11일까지 홍익소극장), 극단본향의『대성당의 살인』(29일∼5월28일 바탕글소극장)이 그것.
특히 김지하극본의『금관…』과 「T·S·엘리어트」작『대성당…』은 제3공화국 이후 최근까지도 연극계에서는 금지작으로 알려지고 있던 것들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바탕골 개관2주년 기념 공연으로 마련된 『대성당…』은 12세기 영국의 실존인물인「토머스·베케트」캔터베리 대주교의 이야기를 다룬 것.
「베케트」대주교는「헨리」2세 아래서 입법·사법·행정을 한손에 움켜쥐고 막강한 권력을 구가했으나 가톨릭을 완전굴복시키려는 왕의 야심에 따라 영국최고의 성직인캔터베리대주교로 임명된 이후 절대권력에 맞서 교회의 자유를 외치다 끝내 암살된 인물이다.
『대성당…』이 종교의 정치적 예속을 거부하는 참 종교인상을 제시하고 있는데 비해 『금관…』은 구원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하는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71년 겨울, 한국의 한 소도시를 무대로 신부와 수녀가 빈민가 사창굴을 철거하려는 당국의 정책에 대해 서로의견대립을 보이는데서부터 시작되는 이연극은 문둥이에 의해 시멘트 예수상의 금관이 벗겨지자 되살아나나 신부등에 의해 다시 금관이 씌워짐으로써 시멘트상으로 굳어버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박찬흥작『에덴야화』는 신과 인간의 존재와 당위성을 다룬 것으로『신은 인간의 땅을 떠나라』에 이은 두번째 작품. 하느님의 명령에 불복하고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에덴동산을 떠나야했던 아담과 이브. 그러나 모든일이 신의 예정속에 있다면 이 또한 예정된 일일텐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따라서 이 극은『신을 오직 홀로 영광스럽고 싶은 허약한 분』으로 규정짓는다.
각기 다른 시각에서 종교의 의미를 생각게하는 연극들이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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