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못 가린 불 대통령 1차 선거|군소 당 지지세력 향 배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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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홍성호 특파원】24일 실시된 프랑스대통령 선거 1차 투표는 예상대로「미테랑」대통령과「시라크」수상이 각각 1, 2위를 차지,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
3천7백93만 명의 총 유권자가운데 3천90만 명이 참가, 81·5%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실시된 이날의 1차 투표에서는「미테랑」후보가 34·1%를 획득, 최다득표를 함으로써 2기 집권에 한 발짝 다가섰고 그 뒤를 보수우파의「시라크」후보가 19·9%로 뒤쫓는 양상을 보였다.
1차 투표에서는 이밖에「바르」전 수상이 l6·55%, 극우파인「르펭」후보가 14·4%를 얻음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좌파인 사회당보다 우파 쪽이 우세를 보였다.
이로써 5월8일의 결선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1, 2위를 차지한「미테랑」과「시라크」가 다시 경합을 벌이게 됐으나 유권자들의 투표성향 변화로 어느 쪽도 안전한 당선을 자신할 수 없는 국면이다.
「미테랑」은 1차 투표에서 비록 최다득표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세력확보를 기대하기 어렵고「시라크」후보도「미테랑」에 14·2% 포인트라는 큰 차이로 뒤떨어진데다 우파간의 연합전선구축으로 우익세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바르」전 수상은 자신이 소속된 중도우파의 UDF지지자들에게「시라크」지지를 호소하며 우파가 결속하여 사회당의「미테랑」을 꺾기 위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파가 결속한다 하더라도「시라크」의 승리가 보장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5%선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던 여론조사와는 달리「시리크」의 지지율이 낮은데다 여기에「바르」후보 지지세력을 합한다 해도「미테랑」을 압도할 만한 과반수에는 못 미친다.
더구나 1차 목표 직후의 여론조사는 우파 유권자의 약20%정도가「시라크」를 외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미테랑」「시라크」어느 쪽도 2차 투표에서의 안정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차기 프랑스대통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이제 30%에 달하는 군소 정당 지지세력의 향 배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측은 이번 1차 투표에서 14·4%라는 예상 밖의 높은 득표 율을 보인 극우파 국민전선(FN)의「르펭」후보.
74년 대통령선거 때만 해도 0·74%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던「르펭」은 날로 늘어나는 국수주의자·실업자집단을 배경으로 급신장, 83년에는 의회선거에서 공산당을 누르고 제4당의 위치를 확보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중도우파의「바르」가 속한 UDF에 육박할 만큼 무섭게 성장했다.
서독의 녹색당이 단 시일 내에 의회진출을 거쳐 사민당과의 연정을 모색할 단계까지 이른 것처럼 프랑스에서는 프롱 나쇼날이 기존정당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전 개막이래「미테랑」이나「시라크」등은「르펭」의 극단주의 적 성향을 꺼려하는 유권자들을 인식, 결코 연합전선을 구축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차후결과로는「르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양측이 모두 곤경에 처해 있다.
「미테랑」은 지난81년 첫 당선이후 펼쳐 온 사회주의정책을 수정하여 보수온건경향을 띨 만큼 우파 쪽으로 접근함으로써 실추된 인기를 만회하려 하고 우파지도자들에 비해 중후한 인품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는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사회주의노선의 퇴조라는 큰 물결에 휩쓸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시라크」는 막강한 조직과 자금력, 현직 수상의 잇점 외에 정통「드골」파라는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통합에 실패함으로써 개인적인 인기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 틈바구니에서 날로 커 온「르펭」은 이제 프랑스대통령 자리를 놓고「미테랑」「시라크」와 맞겨루는 것은 물론, 정국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프랑스언론들이 이번 1차 투표 결과를 놓고 결선에 진출한「미테랑」이나「시라크」가 아닌「르펭」의 승리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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