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마약〃불량 출판물|국민 정서 좀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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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포의 삼각관계』『어느 불륜유부녀의 고백수기』등 치졸하기 짝이 없는 낯뜨거운 들이 서울밤거리에 범람하고있다.「빨간 책」이란 은어로 불리는 이 음란도서들은 최근 선거분위기에 들떠 단속의 손길이 느슨한 틈을 타고 더욱 기승을 떨치고 있다.
특히 이 책들은 사춘기의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열려 있어 그들의 정신건강을 좀먹을뿐만 아니라 각종 성범죄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실정이다.
버스정류장·지하칠역 입구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노점상을 중심으로 팔리는「빨간 책」들은 출판사의 이름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가명으로 돼 있어 단속조차 쉽지않다.
현재 음란도서를 쩍어내는 지하출판사는 전국적으로 50여곳, 그 중 20여곳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가판 책장수와 할인책방에 현금판매만 하면서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화끈한여자』『밤에 피는 장미』등의 내용등은 차마 글로 옮길수 조차 없을 정도.
남녀간의 노골적인 성관계묘사는 물론이고 동성연애·근친상간·가학 및 피학행위등을 거칠게 묘사하고 있다. 또 의학서적이란 이름을 걸고 성관계만을 다룬『성의학전서』『부부침실학』등도 있고 사진예술을 표방하며 여자모델들의 선정적인 포즈만을 가득 실은『사진예술 러브포즈』『최신누드예술』『여자만이 가능한 사진포즈』등의 포르노물도 수두룩하다.
음란도서를 보았다는 어느 고등학생은 『처음엔 우연히…호기심에 보았 지만 한번 본 뒤로 자주 음란책을 찾는다』『그후 여학생의 몸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실토했다.
서울 사당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씨는 『○○책 주세요 라며 제목까지대는 사람이 늘어나 음란서적을 받아 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계전문가들은 거리에방치돼있는 음란도서는 특별한 장소에 가야 놀수 있는 음란비디오보다 더위험 하다고 지적했다.
비디오는 보고나면 잊혀질 수도 있지만 음란도서는 들고 다니며 어느때나 볼수 있어 더 나쁜 영향은 끼친다는 것.
그러나 관계당국의 단속은 정기적인 가두 수거가 고작인 헝편.
한국도서잡지 주간 신문윤리적 구현서 도서담당관은『음란도서들이 어느곳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조차 몰라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밝혔다.
숭실대 오수희 교수(사회사업학과)는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제대로 안된데다 자제력마져 약한 청소년들에게는 포르노서적들이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지적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관계 당국과 출협등이 긴밀하게 협조한다면 지금처럼 독버섯 상태로 방치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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