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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치료 기간 짧을 수록 신장 이식 수술 뒤 생존율↑, 거부반응↓

중앙일보

입력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췌장이식외과 한덕종 교수가(왼쪽 두번째) 50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췌장이식외과 한덕종 교수가(왼쪽 두번째) 50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손 모(46세) 씨는 신장의 기능을 대부분 잃어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손씨는 가족ㆍ의료진과의 논의 끝에 투석 치료를 받지 않고,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팀은 지난 8일 손씨 아내의 건강한 신장 한쪽을 떼어 이식하는 생체 신장이식 수술로 손씨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손씨는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의 5000번째 신장이식 수술 환자가 됐다.

국내 처음으로 5000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한덕종, 김영훈, 신성 교수)은 역대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과 말기 신부전증의 원인질환을 분석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말기 신부전 환자들은 투석치료를 받으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되는데, 신장 이식 전 투석 기간이 짧을수록 생존율이 높고 이식 거부반응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생체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 2898명의 장기 생존율(5년, 10년)을 분석했더니 투석 치료를 받지 않고 바로 신장 이식을 받았거나, 투석 치료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았던 환자들의 이식 후 생존율은 각각 99.3%와 99%로 나타났다. 투석 기간이 19개월 이상 지속한 환자들의 생존율 97.2%보다 더 높았다. 투석 기간이 짧으면 이식 후 생존율이 더 높다는 얘기다.

또 신장이식 수술 후 발생하는 거부반응 발생률은 투석 전 신장이식을 받거나 투석치료 기간이 19개월 미만으로 짧은 환자가 각각 17.1%와 16.8%로 확인됐다. 19개월 이상 장기간 투석을 받아온 환자들의 거부반응 발생률 22.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투석 기간이 짧으면 이식 후 거부반응도 더 줄어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말기 신부전 환자들이 삶의 질을 고려해 투석치료 전에 신장이식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이식 수술을 시행한 초기에는 그런 환자들이 기간별로 각각 11.5%(1990~2000년), 12.3%(2001~2010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2011~2018년 1월)에는 16.1%로 투석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가 상당히 늘었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5000명의 원인질환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대표 만성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 때문에 신장이 망가져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당뇨 환자 11%, 고혈압 환자 4%에 불과했지만, 2011년부터 2018년 1월 현재까지 당뇨 환자 25%, 고혈압 환자 14%로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만성질환은 2010년 이후 신장이식의 가장 주된 원인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가진 만성질환자로 확인됐다.

당뇨병은 혈당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몸속 곳곳의 혈관을 손상시킨다. 이는 신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신장혈관 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을 떨어트리고 끝내 신장 기능을 잃게 된다.

고혈압은 신장 사구체 내의 압력을 높여 신장 기능을 서서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10%까지 감소한 상태가 지속되면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단받게 된다. 결국 망가진 신장을 대체할 투석 치료 또는 신장이식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한덕종?김영훈?신성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한덕종?김영훈?신성 교수)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한덕종 교수(신ㆍ췌장이식외과)는 “당뇨병ㆍ고혈압 환자 가운데 매년 5000~6000명이 신부전증으로 악화돼,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만성질환을 조기에 관리해 신장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의 경우 적합한 기증자만 있다면 장기간 투석을 받는 것보다 조기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 이식 후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뇌사자 신장 이식을 포함한 5000번의 신장이식 전체 생존율은 96%(1년), 90%(5년), 80.9%(10년)였다. 2015년 2월 이후 최근 1000회의 신장이식 생존율은 세계 유수 장기이식센터와 대등한 99%(1년)와 97.7%(5년)를 기록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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