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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3명 사망' 불광동 아파트 화재 원인은…"전기 합선 추정"

중앙일보

입력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나 거실 등 내부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이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 갔던 일가족 3명은 모두 숨졌다. [사진 서울 은평소방서]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나 거실 등 내부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이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 갔던 일가족 3명은 모두 숨졌다. [사진 서울 은평소방서]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서울 불광동 아파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화재의 원인을 '전기 합선'에 의한 것으로 잠정 분석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30일 오전 11시부터 약 다섯 시간 동안 소방서·한국전력공사·도시가스공사·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 정밀감식을 진행했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주방과 안방 쪽에서 합선과 같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나 집 전체로 번진 것 같다"며 "방화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방과 주방 쪽 전선을 수거해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정확한 발화지점 및 화재 원인은 국과수의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면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28일 오후 7시쯤 서울 불광동 15층짜리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1시간20여 분만에 꺼졌지만 아파트 거주자 김모(91)씨와 김씨의 아들 구모(64)씨, 며느리 나모(63)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사망한 세 가족의 부검을 진행한 국과수는 이들이 질식과 화상 등에 의해 숨진 것으로 분석했다. 국과수는 은평경찰서로 보낸 회신을 통해 "피해자 팔과 다리에 화상이 발견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전형적인 화재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파트 각층마다 있던 소화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소화전 배관 스위치가 동파 방지 등을 이유로 '수동'에 놓여 있어 중앙 펌프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화재 당시 소방당국은 지상에서 14층까지 소방 호스를 끌어와야 했다.

경찰은 아파트 내 소화전을 수동으로 놓은 것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리사무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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