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관록·입심·토박이의 팽팽한 3파전 영등포-을|「철새」정치인·「뿌리시비」얽히고 설켜 대구-동|탄탄한 여당 벽을 바람·패기로 공격 남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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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등포을>
관록과 입심, 그리고 토박이간의 3자 대결장이다.
민정당의 김명섭 후보와 민주당의 이원범 후보는 이 지역에서 출마해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고 3선을 지낸 평민당의 이용희 후보는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 처녀 출전해 후보들 나름으로 각각 사연을 갖고 뛰고있는 곳이다.
소득수준이 높은 여의도아파트단지와 서민들이 많이 사는 신길·대림동을 끼고있어 지역의 계층모형이 상부와 하부는 넓고 중간이 좁은 「장구」형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애쓴 노력에 비해 운동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여의도아파트는 주민선택에 맡기고 세 후보가 모두 접근이 수월한 대림·신길동만 파고들어 이곳이 격전장.
소선거구로 포갤 때 신길동 일부는 갑-구로 넘어가 당원들조차 선거구에 혼동을 일으키는 곳이다.
민정당의 김 후보는 12대 때 국민당후보로 출마, 4만 표를 얻고도 3천 표 차이로 당시 민한당의 이원범 후보에게 패했었다.
영등포에서 출생,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이 지역에서 나왔고 사회활동도 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 지역 뿌리가 깊은데다 이번에는 여당 공 조직까지 안고 있어 조직이 탄탄하다.
약사회장을 지내며 심장병어린이 무료수술, 빈촌에서 무료의료활동 등에 앞장서온 점을 들어 아프고 가난한 이웃과 반평생을 지내온 점을 강조.
야당 가에서도 입심 좋기로 소문난 민주당의 이 후보는 특유의 화술을 구사하며 몸으로 뛰고 있다.
1만5천 가구 가정방문 목표를 세워놓고 신길동 고지대, 대림동의 뚝방동네 등을 새벽부터 심야까지 호별방문하고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평민당의 이 후보 출현으로 긴장, 주로 이 후보 견제에 역점.
충청권의 반 평민당 기류를 피해 고향(보은-옥천)을 떠나 이곳에서 뒤늦게 4선에 도전한 평민당의 이 후보는 유권자의 40%가 호남 인이고 대통령선거 때 김대중후보가 1등한 지역이라는 것만 믿고 있다.
평민당부총재·협상대표 등으로 얼굴이 알려진 덕을 보고 있다. <문종극 기자>

<후보>
▲김명학(민정) ▲이원범(민주) ▲이종희(평민)

<대구동>
노태우 대통령 출생지인 대구동구에 민정당은 6선 관록의 박준규 구 공화당의장을 내세워 3선 길목의 목요상 의원(민주)을 위협하는 빡빡한 양상.
이 곳은 박 후보의 「변절」을 이유 삼아 공화당이 보복대상으로 삼은 「정책지구」여서 「철새정치인」논쟁이 가열되는 데다 강자인 목 의원이 외지(동두천) 출신임을 기화로 「뿌리시비」가 일어나는 등 매우 혼탁한 선거분위기.
6선 중 대구출마는 처음인 박 후보는 창당대회에서 지난 대통령선거 때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으나 노 대통령으로부터 「징발」당해 나왔다고 말해 거물임을 과시했으나 이 때문에 조직내의 반발도 받는 역작용을 낳기도.
박 후보측은 철새정치인 시비, 유신 파라는 비난을 「깨끗하고 청렴한」면모를 내세워 방어하고있다.
박 후보는 정치방학 8년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종 홍보물 배포와 함께 『대통령출신지역의 체면을 살리자』고 노 대통령후광에 기대하는 전술.
호남출신이라는 경쟁자 측의 흑색선전에 곤욕을 치른 목 의원은 3대조까지의 호적등본을 복사해 새벽부터 자정까지 부인과 함께 시장·영세민 촌을 돌며 해명 겸 지지를 호소해 많이 호전됐다는 평.
목 의원은 박 후보가 구 공화당의장시절 김영삼씨의 국회의원제명에 앞장선 사실을 집중 공격해 민주화시대에 「부적격한 인물」로 박 후보를 부각시키는데 역점.
목 의원은 동구가 민정당의 정책지구일까 봐 걱정인데 인권변호에 앞장선 변호사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 야 성향유권자에 접근.
공화당의 최규태 후보는 민정당의 박 후보와 민주당의 목 의원 모두가 구 공화당출신임을 지적, 자신의 「지조」와 참신성을 상품화하는데 주력하면서 특히 박 후보의「철새정치인」 적 측면을 맹공 한다는 전략.
이밖에 민주당공천에서 탈락, 한겨레당으로 출진한 권영식 후보가 집념을 보이고있다. <이수근 기자>

<후보>
▲박준규(민정) ▲목요상(민주) ▲안병달(평민) ▲최규태(공화) ▲권영식(한겨레)

<남원>
3선을 노리는 양창식 민정당 의원과 평민당 바람을 업은 조찬형 변호사의 경쟁에 전북일보편집위원인 김병수씨가 무소속으로 뒤늦게 뛰어든 지역.
남원은 평민당 바람이 거센 전남과 맞붙어 있어 야 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2대 선거에서 양 의원을 압도적 다수로 밀어줬고 대통령선거에서도 무주·진안-장수·익산·임실에 이어 전북 14개 선거구중 4번째로 민정당 후보에 많은 표(15·4%)를 던졌었다.
양 의원은 이종률 전 정무장관과의 치열한 공천경합을 벌였으나 타당후보에 비해 가장 먼저 당내 경선을 끝내고 대통령선거 때 허물어진 공·사 조직을 완전 회복.
양 의원은 여당의 프리미엄인 공 조직 외에 남원의 가장 큰 성씨인 남원 양씨(약5천 가구)와 남원농고 동창회 등을 사조직의 기반으로 삼고 부지런한 개별방문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부인도 별도 호별방문을 통해 지지를 호소.
이형배 전 의원과 막판까지 공천경합을 벌이다 12대 선거에서 이 의원이 양 의원에게 참패한 점을 고려, 신선한 인물로 기용된 조찬형 변호사는 한때 이 전 의원의 무소속출마 설로 고초를 겪었으나 이 전 의원이 전국구로 무마되고 김대중씨의 방문을 계기로 전열을 정비.
조 변호사는 사실 공천을 받기 전에는 지역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아직 지명도가 떨어지는 형편이어서 공천과 동시에 눈코 뜰 새 없이 읍·면 마을을 누비며 득표활동.
지난해 8월부터 조 변호사와 함께 민헌연 사무실을 개설, 협조해온 안길모씨를 사무장으로 하고 민헌연 회원들이 열심히 젊은 층을 파고들며「인권을 위한 변호사, 민권을 위한 정치인, 서민을 위한 대변자」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민정·평민 모두 공천후유증을 앓자 3월말 뒤늦게 뛰어든 김씨는 전북일보 편집위원 겸, 남원지사장을 하기까지의 지역적 연고와 교회조직을 기반으로 활발한 득표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진국 기자>

<후보>
▲양창식(민정) ▲조찬형(평민) ▲김병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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